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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 기로에 선 에단 헌트, 딜레마의 얘기 ‘미션 임파서블7’

121.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크리스토퍼 맥쿼리

 

토니 길로이, 아론 소킨, 폴 해기스 등과 함께 현존하는 할리우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 소리를 듣는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미션 임파서블 7 : 데드 레코닝’은 결국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 ‘미션’ 시리즈에서 맥쿼리는 자신이 갖고 있던 평생의 숙제 같은 얘기를 몽땅 욱여넣고 집대성한다.

 

일단 이야기 설정 자체가 그렇다. 뭐랄까. 상대를 너무 크게 잡았다. 인류의 미래를 바로 지금이라도 절대적으로 위협하는 존재가 주인공 에단 헌트(톰 크루즈)의 상대이다. 그 존재는 사실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진화하는, 일종의 AI 기술이다. ‘엔티티’로 불린다.

 

겉으로 보기에 에단의 상대는, 그 기술을 차지해 세계 권력을 쥐려는 악당 가브리엘(에사이 모레일스) 같지만 그것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도 어쩌면 그냥 ‘가브리엘’ 곧, ‘4명의 천사장 중 한 명일 뿐이다’.

 

에단의 적은 가브리엘 같기도 하고 CIA 산하의 비밀 조직이자 자신이 소속돼 있는 IMF(Impossible Mission Force)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 수장인 키트리지 국장(헨리 체르니)이 적으로 배신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 에단의 적은 그냥 절대자로 치환된다. 그냥 의인화된 디지털 존재 그 자체가 된다. ‘엔티티(entity)’, 곧 ‘본질’이란 뜻 그 자체가 된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절대 악인가 아니면 절대 선인가. 그것이야말로 ‘미션 임파서블 7’의 장대한 서사에서 첫 번째로 맞닥뜨리게 되는 딜레마이다.

 

이런 것이다. 인류의 생존 자체를 말살하게 하는 기술인 만큼 즉각 없애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 통제권을 쥐면 세상의 권력을 얻는다. 전 세계 정보 조직이 딜레마에 휩싸이는 이유이다.

 

악당의 손에 들어가면 절대적으로 위험한 만큼 이단 헌트 같은 비밀 요원을 이용해 없애야 하는가, 아니면 그걸 통제할 수 있으면 오히려 세상을 지킬 수 있으니 그걸 없애기보다는 가져야 하는가의 문제가 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렇다면 그건 과연 누가 결정하는가’라는 것이다.

 

조직이든 사람이든 이제 그 실존적 선택을 해야 한다. 영화는 키트리지 국장의 입을 통해 그런 선택의 딜레마를 초반부터 깔아 놓는다. “우리의 삶은 모두 선택의 결과이고 그래서 우린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지. 이단 넌 이번 임무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고통스럽게.”

 

이번 7편은 ‘에피소드 1’ 곧 전편만을 공개했지만 분위기의 흐름상 누군가의 희생이 없으면 엔티티를 제거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건 곧 에단 헌트의 죽음일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7 : 데드 레코닝’은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두 번째지만 가장 큰 딜레마를 관객들에게 안긴다. 에단 헌트를 죽일 것인가 살릴 것인가. 미션 시리즈를 끝낼 것인가 이어갈 것인가. 불현듯 에단 헌트 역의 톰 크루즈가 환갑을 넘긴 나이라는 점이 떠오른다. 007 제임스 본드도 죽었다. 심지어 존 윅도 죽었다. 할리우드가 다른 세대로 넘어가고 있는 시기이긴 하다. 할리우드의 딜레마이다.

 

영화는 딜레마의 철학을 곳곳에 심어 놓는데 서구인들이 갖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 곧 종교적 의미에서도 그 점을 드러낸다.

 

에단 헌트를 비롯해 모든 첩보원들이 기를 쓰고 추적하는 엔티티 구동의 열쇠는 십자가이다. 두 개의 십자가가 겹쳐져서 입체형 십자가로 돼야 작동이 된다. 근데 그 십자가 형 키를 처음에 손에 넣는 사람은 그레이스, 곧 은총이란 이름의 여자이다.

 

신의 은총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법이다. 그레이스(헤일리 앳웰)는 뛰어난 기술을 지닌 소매치기이다. 첩보전에서는 ‘듣보잡’이자 ‘갑둑튀’의 여자이다. 인물들의 이름이 지닌 종교성은 이 영화가 지닌 최대의 딜레마일 수 있다. 지나치게 전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피날레로서 그지 없이 좋은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의 대속(代贖)의 행위를 전개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십자가에 매달리게 되는 예수처럼.

 

 

아마도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서구 합리주의 근대 철학)의 결합과 그 갈등의 축을 영화 전체에 풀어 넣으려고 애쓴 것처럼 보인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야말로 이번 영화의 키워드인데다 주인공 에단 헌트를 통해 니체의 초인(超人) 사상을 실현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에단 헌트는 엔티티를 뛰어넘어 인류의 미래를 구원할 수 있는 완벽한 자아이다. 그러나 그가 초인으로서 세상의 또 다른 절대적 권력이 될지(그게 과연 옳은지) 예수처럼 대속의 행위를 이어 갈지(그게 과연 현실적일지)는 현재까지의 이야기 전개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이러자니 논리가 안 맞고(니체의 얘기대로 괴물을 없애려고 스스로 괴물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저러자니(일종의 히어로물이 되니까) 너무 진부해진다. 한 마디로 딜레마이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쉴 새 없이 고민에 빠진다. 전 세계 정보조직의 거간꾼이자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뛰어드는, 일명 화이트 위도우(바네사 커비)가 대표적이다. 그녀는 엔티티의 키를 두 쪽 다 가지려 하고 그렇게 될 경우 그것을 어느 쪽에 넘길 것인 가를 놓고 고심한다.

 

한쪽(예컨대 CIA)은 그걸 가질만한 힘이 있지만 그 작동 방법을 모른다. 또 한쪽(예컨대 가브리엘이나 에단 헌트)은 엔티티의 구동 원리를 이미 알고 있거나 알게 되겠지만 믿을 수가 없다.

 

 

CIA에 키를 넘기면 전 세계 다른 정보 조직에 쫓기게 된다. 가브리엘 등에게 넘기면 영원히 그의 하수인이 된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 가를 두고 영화는 등장인물들을 베니스의 한 호텔에 몰아넣는다. 그 장면은 이번 영화의 주제를 극대화하는 매우 중요한 장면이다.

 

심지어 에단 헌트는 여기서 자신의 현재 애인인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퍼거슨)와 새로운 여인 그레이스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파우스트(고민을 하는 인간)냐 그레이스(신이 내린 존재)냐, 인 셈이다.

 

하지만 에단의 오랜 동지이자 둘도 없는 친구인 루터(빙 레임스)는 그에게 이런 식의 충고를 한다. ‘가브리엘을 죽여선 안돼. 그를 살려서도 안돼. 그냥 키만 갖고 도망쳐야 해. 해답은 거기에 있어.’

 

에단 헌트도 위기의 순간 일사 파우스트에게 소리친다. 최대한 멀리 도망쳐! 일사를 보낸 후(버린 후) 그는 그레이스를 구하려 한다. 그러나 정작 그레이스는 자꾸 그런 그에게서 벗어나려 애쓴다. 신의 뜻은 다른 것인가.

 

그 모든 복잡한 수사학에도 불구하고 딜레마의 주제의식을 액션 한방으로 보여준 씬이 바로 열차 폭파 신이다. 에단과 그레이스가 탄 열차는 노르웨이 어딘 가 절벽에서 철로가 가브리엘의 폭탄 테러로 끊기게 되고 차량 한 칸 한 칸 밑으로 수직 낙하한다. 두 남녀는 칸마다 뒤로 가야 살 수가 있다.

 

절벽에 세로로 차례차례 대롱거리게 되는 기차 차량 안에서 뒤로 간다는 것은 위로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존을 위해 전진하는 것의 방향성이 뒤틀려지게 된다는 것인 바 이건 마치 대형 크루즈였던 포세이돈호가 태풍으로 전복된 후 사람들이 살기 위해 오히려 뱃속, 배 밑바닥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가야 하는 딜레마를 벤치 마킹 한 아이디어이자 설정이다.

 

 

이번 영화의 가장 짜릿한 액션 신이자 세트와 특수 촬영, 스턴트와 CG의 절묘하면서도 극상의 결합을 보여준다. 현대 할리우드 테크놀로지를 테크놀로지의 느낌이 아니라 인간 육질의 느낌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톰 크루즈의 장인 정신이 배어 있는 부분이다. 그가 독보적인 배우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이다.

 

‘데드 레코닝2’는 1편에 이어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에단 헌트는 목숨을 잃을 것인가. IMF는 영구 폐쇄되는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될 것인가. 벌써부터 호사가들의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딜레마이다. 이러자니 너무 아깝고 저러자니 여기까지 온 얘기를 더 이상 정리할 수가 없다. 우리의 삶은 모두 선택의 결과이다. 정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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