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1년과 2022년 사이 국내 대기업 45곳이 횡재이익 34조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횡재이익이 70억 달러로 가장 규모가 컸고, 에쓰오일의 이익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횡재이익'이란 노력이 아닌 우연적 상황에서 비롯되는 예상치 못한 이득을 이르는 말로, 시장 지배력을 가진 대기업이 인플레이션을 기회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경향이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포브스 글로벌 2000'에 속한 한국 대기업 45개의 2021~2022년 이익을 분석한 결과 37개 회사의 이익이 늘었고, 8곳은 감소했다. 2021년 247억 달러(약 28조 원) 수준이던 대기업 45곳의 총 이익은 2022년 41억 달러(약 5조 원)로 30.1% 증가했다.
기업별로는 현대차의 횡재이익 규모가 70억 달러로 가장 컸다. 포스코가 45억 달러, LG화학이 26억 달러, 에쓰오일 25억 달러, 삼성전자가 20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에쓰오일로 7000만 달러 적자에서 12억 50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고, 현대제철의 이익도 8000만 달러에서 8억 5000만 달러로 증가하며 무려 106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롯데쇼핑, 한화, GS, 이마트 등도 증가율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산업 분야별로는 원자재·내구소비재·은행·금융업의 횡재이익이 전체의 68.5%를 차지했다. 이익 증가율로는 원자재가 184%, 석유 및 가스 108%, 내구소비재 100% 등이다. 특히 해당 품목들은 물가상승을 주도한 품목이어서 시장 지배력이 높은 대기업들의 높은 가격 책정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의 근거로 제시될 수 있다고 장 의원은 지적했다.
장 의원은 "코로나와 인플레이션 위기 속에서 다수 국민들은 극심한 양극화와 실질임금의 하락을 겪었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횡재이익을 누렸다"며 "경제부총리가 라면같은 품목을 찍어서 팔 비틀기 식으로 가격을 관리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보다, 기준금리 또는 원자재가격 상승을 틈타 시장지배력을 활용해 높은 이윤을 책정하는 기업들에 대해 정부 차원의 조사와 분석을 제대로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장혜영 의원실은 국제구호기구인 옥스팜과 액션에이드가 지난 6일 내놓은 '포브스 글로벌 2000' 데이터에 기반해 분석한 것과 같은 분석을 국내 대기업에 적용했다. 옥스팜과 액션에이드의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 722개 대기업들은 2021~2022년 사이 매년 1조 달러 이상의 횡재이익을 얻었고, 이는 2017~2020년 평균이익 대비 89%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 경기신문 = 백성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