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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내집 마련의 꿈, 지난한 보상 협의 절차만 남아”

'LH 발주·GS 시공'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중도금 대출 이자 다달이 나가는데…LH 핑퐁질만 계속”

 

40대 심 씨는 오는 12월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새 아파트에 입주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는 갈 곳을 잃었다.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되면서다. 이 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1군 건설사인 GS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GS건설이 전면 재시공을 선언했지만, 공사 완료까지 5년이 걸릴 예정이다. 이 아파트는 1666세대가 입주할 예정이었다.

 

심 씨는 “2억 2000만 원 정도 중도금이 대출로 묶여있다”며 “이자만 6.4%에 달하는데 매달 20일 문자가 온다. 문자가 올 때마다 원망스러움이 더욱 커진다. GS가 전면재시공을 발표했지만, 대출이나 세부적인 것에 대해서 LH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LH는 현행법상 이를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말하는데, 법대로 했으면 건물이 무너지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LH는 GS건설이 문제고 전면 재시공할 것이라고 공염불을 외고 있지만 우리가 LH랑 계약했지 GS랑 계약한 게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상황이 더욱 심각한 세대는 자녀와 노인을 돌보는 세대다.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김 씨는 자녀 입학에 맞춰 해당 아파트 근처로 미리 전셋집을 구해 들어왔다. 전학 등으로 아이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김 씨는 “5년 동안 어디에서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내집을 놔두고 이곳저곳 2년마다 옮겨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5년 동안 살 수 있는 곳을 마련해준다면 상황이 좀 더 나아지겠지만 사고 이후 대책에 대한 얘기가 없다. 아이들이 있으면 이사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입주예정자는 “이번에 넓은집으로 이사오면서 몸이 편찮은 부모님을 모시고 살 계획이었다”며 “아파트 입주가 무산되면서 요양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주체의 귀책사유로 입주 지연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계약 해지를 할 수 있고 계약자는 분양가의 10%를 위약금으로 받는다. 그러나 주변 아파트 시세가 분양받을 때 보다 올라서 4~5000만 원의 위약금으론 택도 없다고 입주예정자들은 입을 모은다.

 

몇 년간 모은 청약통장도 증발해버렸다. 입주지연에 따른 계약해지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당첨자 명단 삭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또한 LH는 ‘국토교통부와 논의해보겠다’는 말만 남겼단다.

 

서울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던 A씨에게도 이번 입주지연은 청천벽력이었다. 그는 “내가 살아야 하는 집이 저렇게(붕괴)됐다는 소식을 듣고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며 현재 일을 쉬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1666세대에겐 앞으로 지난한 보상 협상 절차만 남아있다. 여유가 되는 세대는 5년을 기다릴 수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입주예정자 일부는 생업을 관두기도 했다. 다른 대출이자를 받기 위해서다. 이미 중도금이 대출로 묶여있어 다른 대출은 안나오는데,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소득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가족 중 한 사람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다.

 

한편 지난 4일 민주당 민생채움단 주재로 열린 부실시공현장 방문에서 박봉규 LH 인천지역본부장은 “입주예정자들의 보상절차 등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정복 시장은 7일 국토부 전수조사와는 별개로 인천 무량판 구조 민간 아파트에 대한 점검을 하고 제도개선 등을 통해 시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소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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