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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의 창] 영화 '오펜하이머'와 소련의 핵기밀 훔치기

 

오는 8월 15일 한국에서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영화 ‘오펜하이머’가 상영될 예정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루면서 핵무기를 꺼내들고 위협하고 있고,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는데다, 중국이 핵능력 확충과 더불어 첨단기술 탈취에 혈안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영화 개봉은 여러 함의를 던져준다.

 

오펜하이머는 유태계 독일 출신 물리학자로서 2차 대전 막바지 미국과 영국이 추진한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원자탄 개발을 주도한 인물로서, 1942년 나치 보다 먼저 원자탄을 개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오펜하이머는 뉴멕시코 로스 알라모스(Los Alamos)에서 함께 일하던 과학자들을 불러 모았고, 이 중 12명이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사람들이었다.

 

이 영화에서 오펜하이머 역을 맡은 Cillian Murphy는 “기계주의자로서 신비스러움을 드러내면서도 자신이 발견한 핵분열이 가져올 재앙적 암시”를 실감나게 표현했다는 평을 들었다. 현실에서 오펜하이머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 투하를 목격한 뒤 트루먼 대통령을 만나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혔다”고 괴로워하며 핵무기 대량 저장 재고를 촉구했으나, 트루먼은 참모들에게 “애송이 과학자”라고 힐난했다고 한다.

 

오펜하이머는 동 프로젝트에 참여할 당시부터 과거 공산주의에 동조적이었고, 마누라와 동생이 미국 공산당에서 활동한 전력 때문에 ‘소련의 첩자’라는 의혹을 끊임없이 받았다. 하지만 함께 일하던 학자로서 은밀히 소련 정보요원에게 핵개발 상황을 갖다 바치던 슈발리에의 포섭을 거부할 정도로 소련 에이전트는 거부했다. 문제는 주변 학자들이였다. 이들은 당시 소련을 우방국으로 착각한데다, 공산주의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어 소련 정보요원들에게 거리낌 없이 원자탄 개발 진척 상황에 대한 특급정보를 유출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데오도르 테드 홀(Theodore Ted Hall, 암호명 MLAD 혹은 “young”), 줄리어스 로젠버그(Julius Rosenberg, 암호명 ANTENNA, 나중에 LIBERAL로 교체), 데이비드 그린글래스(David Greenglass, 암호명 BUMBLEBEE) 등이며, 영국 과학자 앨런 넌 메이(Alan Nunn May)와 같은 학자도 있었다. 특히 뛰어난 이론물리학자로 독일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크라우스 푹스(Klaus Fuchs)는 영국의 전시 원자탄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 “소련 정보요원과 ‘지속적으로 접촉’하여 원자탄 설계에 필요한 이론적 계산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실토했을 정도다.

 

이 같은 사실은 특정 이념에 대한 잘못된 신념이 엄청난 재앙을 가져오고, 적대국 정보기관이 이를 악용한다는 교훈을 영화 ”오펜하이머“가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우리의 경우 친북경력이 있는 국회의원 보좌관이 군사기밀을 국방부에 요청하여 이 자료를 북한에 건네주었다는 의혹과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여하튼 소련 스파이들은 세계사를 바꾸어 놓았다. 크레믈린에 원자탄 개발 내용을 시시각각으로 보고했고, 이는 소련의 원자탄 개발을 가속화시켰다. 소련이 1949년 8월 첫 핵실험을 했을 당시 소련의 핵무기는 나가사키 복사판이었다. 오늘날 세계는 핵무기가 20세기를 바꾸었듯이 21세기 사회를 바꾸는 첨단기술 혁명에 놓여있다.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바이오엔지니어링 등이 그것이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이 첨단 기술을 먼저 장악해선 안되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신념이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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