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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된 신분증 사진으로 대출 실행"…구멍 난 금융사 비대면 금융거래

대포폰 및 위변조 신분증 활용해 예금 탈취·대출 실행
금융사들, '개인정보 관리 부실' 이유로 보상 거부
비대면 신분증 사본인증 피해자들, 금감원 분쟁조정 접수


비대면 금융거래의 허점을 악용한 사기 금융거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금융사들이 비대면 거래 시 신분증의 진위를 식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다며 배상을 요구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A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의 비대면 금융거래에서 메신저 피싱 등을 통해 유출된 신분증 사본이 활용돼 수천만 원의 피해를 입는 이들이 발생했다.

 

한 고객은 지난해 2월 중국에서 대포폰을 통해 모바일 오픈뱅킹에 접속해 신분증 사본을 위·변조 제출하는 수법으로 A은행에서 2억 1749만 원의 예금이 인출되고 3500만 원의 예금담보대출이 실행되는 손해를 입었다.

 

그의 아들 ㄱ씨는 "은행은 '어머니가 신분증을 노출한 것이니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고 하는데, 원본도 아닌 사본이 어떻게 문제가 되냐"며 "금융실명법을 비롯한 대한민국 모든 법체계는 신분증 사본을 '실명확인증표'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행 창구에서 얼굴을 직접 봐도 신분증 실물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면서, 비대면에서는 얼굴도 안 보는데 실물이 없어도 된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A은행의 이상거래탐지 시스템이 허술해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B씨는 "하룻밤 새 15개 계좌로 대출과 예금 중도해지, 타행이체가 무려 69회나 이어졌는데 이상거래 탐지는커녕 지급정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야간에는 모니터링하지 않는다고 답변하는데, 범죄는 낮에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은행 관계자는 "피해자 분은 피싱을 통해 설치된 악성 앱으로 개인정보가 노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비대면 본인확인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업무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행은 지난달 초 실시간 신분증 원본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금융사고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금융사의 신분증 위·변조 시스템이 허술해 발생한 피해임에도 고객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호철 경실련 금융개혁위원회 간사는 "전 금융권에서 고객 신분증 확인 시 제출된 사본의 진위여부를 검증하지 않고서 추가·인증수단으로서 활용되는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위변조 (재)발급해 2단계 다중 인증절차가 손쉽게 뚫리게끔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가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위한 제도적 지원과 금융회사의 무과실책임을 강구하고 강제조정을 통해 오류사고의 시장 실패를 바로잡아 전자금융실명거래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함으로써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금융기관의 비대면 신분증 사본인증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은 지난 8일 금융감독원에 권리 구제를 위한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경실련이 집계한 피해 규모(8일 기준)는 24억 5300만 원(회수된 피해환급금 제외)이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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