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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기업금융' 외치는 조병규 우리은행장, 상업·한일은행 트라우마 소환

취임 100일에도 "기업금융, 영업 디딤돌" 강조
'기업금융 명가' 상업·한일은행, IMF로 위기
"불황 장기화되면 기업대출 리스크 커져" 지적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기업금융 강화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나섰다. 취임 일성으로 기업금융을 강조한 데 이은 연속된 메세지다. 하지만 불황인 상황에서 조 행장의 기업금융 강화는 과거 상업은행, 한일은행 시절 트라우마를 소환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리은행의 전신은 한빛은행이다. 한빛은행은 IMF 외환위기 당시 기업대출 부실로 위기를 맞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하며 탄생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높았던 기업 여신 비중은 기업들이 줄도산하며 리스크로 작용했다. 이에 상업은행 출신 조 행장의 기업금융 확대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행장은 전날(11일) 취임 100일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우리은행은 기업금융에 강한 저력을 가진 은행"이라며 "기업금융을 '영업의 디딤돌'로 삼아 영업현장의 소구성원들이 '모두 함께하는 영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취임 당시에도 "기업금융의 명가로서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을 선도하고 기업과 동반성장해 나가자"고 당부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유산으로 국내 대기업 대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삼성 ▲LG ▲한화 ▲포스코 ▲CJ ▲DL ▲중흥건설 ▲두산 ▲코오롱 ▲효성 ▲LX 등 11곳의 주채권은행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보다도 많은 숫자다. 대기업 대출잔액 역시 40조 원 규모로 2위인 KB국민은행의 31조 원보다 월등히 높다. 

 

대기업에 강점을 보이는 우리은행이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4대 금융지주 중 꼴찌다. 지난 1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118조 원으로 KB국민은행 133조 원, 신한은행 127조 원, 하나은행 121조 원에 못미친다. 

 

금융권에서는 명실상부한 기업금융 1위였던 우리은행이 출범 이후 기업금융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이유로 상업은행, 한일은행의 트라우마를 지목한다. 리스크가 큰 중기대출 대신 수익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가계대출 확대에 더욱 힘을 쏟았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이 담보성 상품인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기업이 부도처리됐을 경우 은행이 대출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특히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소기업의 부실 위험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은행이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도 큰 셈이다. 

 

우리은행 내 잇따르는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기업금융 강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익성이 높은 만큼 리스크가 큰 기업대출의 경우 사업 추진을 위한 안정된 조직 문화와 부실에 대한 명확한 후속대책 매뉴얼이 필요하다. 수백 억 원대의 횡령사고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고,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업 여신 강화를 주문하는 것이 무리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경기가 안좋은 상황에서는 이러한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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