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의 후원으로 건립된 6.25 참전용사 추모비 제막식에 참석해 고인들의 업적과 용기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SK그룹은 12일 최 회장이 파주 임진각 보훈단지 내 건립된 고(故) 윌리엄 E. 웨버(William E. Weber) 대령과 고(故) 존 K. 싱글러브(John K. Singlaub) 장군의 추모비 제막식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6.25 참전용사이자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꼽히는 두 사람은 지난해 타계해 미국 워싱턴D.C.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최 회장은 축사에서 “웨버 대령과 싱글러브 장군을 비롯한 6.25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은 우리에게 자유민주주의라는 씨앗을 선물했다”라며 “이로 인해 세계 최빈국에 속했던 우리나라가 반도체, 배터리 등 최첨단 산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웨버 대령이 워싱턴D.C. 추모의 벽을 건립한 후 우리 곁을 떠나기 전 ‘생의 임무를 완수했다(Mission Complete)’는 말씀을 남겼다고 들었다”라며 “우리가 그 미션을 이어받아 한미양국 협력을 발전시키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숭고한 희생에 진정으로 보답하는 길이다”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웨버 대령이 평생을 두고 추진한 美 ‘추모의 벽’ 사업에 국내 기업 최초로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후원하고, 지난해 7월 ‘추모의 벽’ 건립식에 참석해 웨버 대령의 부인인 애널리 웨버 여사(지난해 10월 별세)를 조우해 감사와 위로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웨버 대령의 손녀인 데인 웨버(Dayne Weber) 양도 참석해 최 회장과 웨버家의 세대를 넘어선 인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한미연합사령관을 역임한 커티스 스캐퍼로티(Curtis Scaparrotti) 주한미군전우회 회장과 환담했다. SK관계자는 “주한미군 출신 재향군인이 330만 명에 달하는 만큼 이들이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웨버 대령·싱글러브 장군 추모비 건립’ 사업은 한미 양국 장병들의 보훈과 한미동맹 강화에 힘쓰는 ‘재단법인 한미동맹재단’이 추진해왔다. SK는 올해 초 사업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제작비 지원을 결정했다. SK와 재단은 이곳을 한국 성장의 토대가 된 참전용사의 헌신을 기록하고, 미래 세대들에게 안보와 자유의 가치를 교육하는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웨버 대령은 공수부대 장교로 6.25 전쟁에 참전해 인천상륙작전과 서울수복작전 등에서 활약하다 원주 전투에서 오른팔과 다리를 잃는 큰 부상을 입었다. 그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워싱턴D.C.에 한국전참전용사기념비 ‘19인의 용사상’ 및 전사자 명단을 새긴 ‘추모의 벽’을 건립하는 데 앞장섰다. 생전 여러 행사에서 왼손으로 경례하는 모습은 지금도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회자되고 있다.
존 K. 싱글러브 장군은 미3사단 15연대 대대장으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꼽히는 '철의 삼각지대'(김화, 철원, 평강군) 전투를 지휘했다. 싱글러브 대대가 지켜낸 해리 전초기지(Outpost Harry)는 중부전선의 중요한 거점이 됐다. 1977년 주한미군을 철군하겠다는 미(美) 행정부 결정에 강하게 반대하는 등 한미동맹에 기여한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미군 철수는 막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군 생활을 마감하는 계기가 됐다.
[ 경기신문 = 백성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