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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이분법 인류와 상보성(I)

 

원시인류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협력하며 사는 방법을 터득했을 것이다. 미지의 세계인 자연환경과 날씨의 변화, 지진, 화산 폭발, 그리고 맹수들의 위협 속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은 협력이었다. 예수의 교훈을 유럽에 전파한 바울은 신자들이 협력하며 지낼 것을 권했다. 협력하며 사는 것은 비단 유대인들만의 지혜는 아니었다. 협력은, 수 백 만년 동안 경험하면서 터득한 인류 공통의 지혜였다. 그럼으로써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협력의 대상은 무리의 구성원에 한정되었다. 한 무리의 규모가 커지고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동안 지구적인 규모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무리의 수가 많아지면서 서로 남이 된 무리들 사이에는 긴장이 조성되었다. 나와 일체가 되었던 무리의 구성원들에게 남이 라는 대상이 등장했다. 구성원들 사이의 협력은 강화된 반면 다른 무리들은 모두 적이 되었다. 나와 남. 물론 모든 무리들이 처음부터 적대시하고 다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공동체를 이루어 수렵과 채취 단계를 거쳐 농사를 짓는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무리들은 다른 무리들과 생산물을 교환하며 살아가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터득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긴장은 유지되었다. 이런 양상과 관계는 씨족사회와 부족사회를 거쳐 고대국가에 이르기까지 유지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긴장과 협력의 역사를 남기게 된다.

나와 남을 구분하는 이분법은 현재의 국제관계에서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애국심으로 똘똘 뭉치는 한편으로 국제관계는 동맹 아니면 적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같은 신을 섬기면서도 철천지원수처럼 싸운다. 지구촌 인류는 둘 중 어느 한 편을 지지하며 분열되어 있다. 남북으로 갈리진 한반도는 한미일과 북중러 대결의 코어가 되었다.

 

이분법은 철학과 이념의 영역에서도 반영되어 나타난다. 인류사회는 보수와 진보, 관념론과 유물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등 무수히 많은 이분법적 대립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유일신 신앙의 기독교는 다른 모든 종교와 대립한다. 협력하여 살아남아 호모 사피엔스가 된 인류는 대립과 다툼으로 공멸의 길을 가고 있다.

 

이분법으로 갈라진 대립의 해소 방법은 없을까? 인류의 유전자에 새겨진 영원한 운명인가? 호모 사피엔스 다운 지혜를 발휘할 수는 없을까? 양자역학의 선구자였던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의 상보성 원리에서 그 해법을 찾아볼 수 있겠다. 미시세계에서 전자의 운동에 대한 연구가 입자이론과 파동이론으로 대두되자 보어는 동양의 주역에서 답을 찾았다. 두 이론은 대립되는 게 아니라 상보적이라고 정리했다. 실제로 두 이론은 같은 결과인 것으로 증명되었다. 전자의 운동은 입자이면서 파동이었던 것이다. 자연의 질서 속에 지혜가 있다. 이분법은 인류의 좁은 소견일 뿐 자연의 질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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