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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 세계사] 아프가니스탄의 깃작 소리

음악이 없는 나라가 있을까. 노래 불렀다고, 악기를 연주했다고 죽임을 당하는 나라가 있을까.

21세기, 대명천지에 그런 나라가 존재한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통치 하에서 문인들은 책을 벽장 깊이 숨기고 화가들은 그림을 땅에 묻는다. 예술 학교는 폐쇄되고 음악인들은 고국을 탈출한다. 평생 노예인 이보다 불행한 이는 ‘자유의 맛을 본’ 노예라던가. 이슬람 국가인 아프가니스탄에 한 때, 공산정권이 들어섰었고, 미군이 주도했다. 그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눌러, 국민들은 뜻밖의 자유를 구가했다. 그 경험이 지금의 고통을 더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탈레반은 누구인가.

 

중앙 아시아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는 실크로드 역사와 맞물리며 전개되었다. 동서양 요충지라 숱한 강대국의 말발굽 아래 시달려야 했다. 아프가니스탄이 국가 모양새를 갖추고 역사에 등장한 것은 18세기 중반, ‘두라니 제국’이다. 제국은 100년도 안돼 망하고 이어 바라크자이족이 정권 잡은 ‘아프가니스탄 왕국’이 오늘날의 국경선을 만들었다.

 

제국주의 시대인 19세기와 20세기 초, 영국과 세 차례에 걸친 80년간의 전쟁으로 쇠락해가던 아프가니스탄은 70년대 이르러 소련의 영향으로 공산국가가 된다.

 

탈레반은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 교도인 나라에 공산주의를 강제 이식하는 과정에서 뿌려진 씨앗이다. 사유재산을 부정하고, 남녀차별 없는 공산이념과 사유재산을 인정하고(부자가 빈자에게 재산을 베푸는 선행을 장려한다) 여성보호란 명목으로 자유를 제한하는 이슬람 교리는 정면충돌한다. 1979년,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반정부주의자 소탕을 명목으로 침공한다. 미국이 이를 두고만 볼 리 없다. 당시는 서슬 퍼런 냉전시대. 미국은 소련과 싸우는 이슬람 세력에 무기 제공 등 경제 원조를 한다. 이슬람 세력의 끈질긴 저항과 미국의 원조로 소련은열세에 몰려, 침공 10년만인 1989년, 백기를 든다. 소련이 물러가고 미국이 손 놓아 혼란에 빠진 아프가니스탄에 구원자로 등장한 존재가 바로 탈레반. ‘탈레반’은 ‘학생’이란 뜻인데, 아프가니스탄 지방에서 이슬람 원리주의 공부하면서 성장한 학생들이 뭉쳐 만든 집단이었다. 탈레반은 1996년, 부패 정권을 뒤엎고 집권에 성공한다. 나 몰라라 하던 미국의 재등장은 2001년 발생한 9.11테러 사건 때문이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쳐들어가 숨은 테러 주동자,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을 잡아내 사살한다. 분이 덜 풀린 미국은 테러 근절을 내세워 아프가니스탄에 눌러앉는다. 20년 가까이 주둔하던 미군은 ‘얻는 것 없이 돈이 너무 들어가잖아!’라는 트럼프의 한마디에 철수계획이 세워졌고 바이든 정부에 의해 2021년, 실행된다. 미군에 의존하던 무기력한 정권은 바로 탈레반에게 백기를 들고 정권을 넘긴다. 다시 탈레반 세상이 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민속 악기 중, 깃작(ghichak)라는 현악기가 있다. 해금처럼 세워놓고 앉아서 켜는 악기인데 투박한 모양새, 애달픈 소리가 민초들의 것임을 느끼게 한다. 주술처럼, 아프가니스탄의 그 낯선 땅 한가운데로 훌쩍 데려가는 그 신묘한 소리가 사라져버리면 어쩌나.

 

2011년, 탈레반이 파괴해 사라진 바미안(Bamiyaan)석불처럼 말이다.

 

지난 여름, 탈레반이 ‘파와드 안다라비’라는 민요가수를, 깃작 연주를 계속한다는 이유로 살해했다는, 기막힌 뉴스를 접하고, 말 그대로 만감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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