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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이분법 인류와 상보성(II)

 

 

보어(Niels Bohr)는 주역(周易)의 음양사상에서 상보성 원리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우주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는바 원자는 원자핵과 원자핵 주위를 회전하는 전자로 되어 있고,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되어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핵력)으로 결합되어 있다. 이 원자의 세계가, 세상은 음과 양의 상보적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역의 원리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서양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반면에 동양은 자연을 본받을 대상으로 인식한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자연의 법칙을 이해함으로써 자연을 정복해 인류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런 사고방식이 서양 사회를 지배함으로써 한동안은 자본주의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지만, 한편으로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간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자연을 본받는 게 된다(人法自然). 노장사상의 핵심인 동시에 공자의 세계관이요 유교의 전통이기도 하다. 자연의 질서는 중(中)을 지향한다. 서양의 종교는 신을 섬기지만, 동양의 종교는 상상의 신을 섬기지 않고 자연에서 지혜를 터득해 실천한다. 유교는 중용을 강조하고, 불교는 중도를 강조한다.

 

여기서 중은 대립하는 양자 사이에서 어느 편도 아닌 기계적 중립(medium)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괄하는 진리를 의미한다. 정치인들이 흔히 말하는 중도보수니 중도개혁이니 하는 말은 표를 의식하는 레토릭이지 철학과는 무관하다. 공자의 중용(中庸)은 자연을 본받아 실천하는 것이 덕(德)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불교에서 중은 원래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금은 불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쓰인다. 한편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해탈한 경지로 해석하기도 한다. 원효의 화쟁(和爭) 사상이 가리키고 있는 것도 중이다.

 

무엇보다도 중은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본받아 실천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성의 사유에 의지했지만, 지금은 과학이 그 역할을 한다. 보어가 심취한 주역의 음양사상도 음과 양이 대립하는 게 아니라 평화롭게 공존하는 가운데 다양하게 전개되는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것이다. 양자의 세계에서는 양전하와 음전하가 조화를 이루어 만물의 근원이 된다. 음과 양이 서로 배척한다고 해서 음이나 양 만으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공존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우주의 섭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특히 중성자의 역할이 원자 상태의 안정을 담보한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는 원자핵을 무리하게 떼어놓을 때, 원자는 핵분열에 의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공할 폭발력을 발휘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만행은 원자핵 분열과 같은 제3차 세계대전의 위기를 촉발시키고 있다. 평화적 공존 대신에 이분법의 사고로 홀로 군림하려고 하는 제국의 욕망을 제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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