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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엑스포 참패와 국제관계의 변화

 

정부는 2025년의 오사카 엑스포 등으로 당초 불가능했던 엑스포를 부산에 유치하겠다고 만용을 부리다 낭패를 당했다. 사우디 리야드에 119 대 29로 참패한 것이다. 사우디 득표를 2/3 이하로 단속하고 결선투표에서 뒤집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국고를 쏟아 붓다시피 했으나, 사우디는 72% 득표로 가볍게 승리했다.

 

더 한심한 것은 실패의 원인 진단도 자가당착이라는 점이다. 주로 사우디의 오일 머니 탓이 많았는데, 정부도 6천억 원 가까이 썼다. 게다가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공개한 홍보 영상은 수준 이하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서 시작해 K-Pop 스타들에 의존하는 PT는 졸작 중의 졸작이었고, 국영 KTV는 엑스포 유치를 응원한답시고 사우디를 조롱하는 내용을 방송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년 반 동안 “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국 정상들과 직접 전화통화도 해왔지만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입버릇처럼 상투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과라고는 했지만 정작 무얼 잘못했는지는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재벌 총수들을 대동해 부산을 찾아가 보여준 떡볶이 먹방은 가관이었다.

 

본질은 국제관계의 변화였다. 다른 모든 변수는 지엽적이다. PT와 KTV의 영상은 국제관계에 무지한 정부가 자행한 해프닝이었을 뿐이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공조에 올인 하는 사이에 미국과 유럽의 위상이 추락했고, 대신에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하여 서아시아(아랍)와 아프리카 및 중남미 국가들이 결속해 떠오른 것이다. 집단 서방에 대비되는 글로벌 사우스의 굴기다. 엑스포 유치 표결 결과인 46(29+17) 대 119의 숫자가 새로운 국제관계의 구도를 대변해준다. 한국이 얻은 표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휩쓴 반면에 아프리카와 서아시아는 전멸, 동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가 전부였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미국의 사주로 일어난 우크라이나 전쟁이 수면 아래서 진행되고 있던 국제관계의 변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역시 미국이 지원하는 이스라엘의 만행이 변화의 구도를 강화하고 확인해주었다. 이 마당에 윤석열은 자유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운운하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고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에 분노하고 있는 마당이다. 표가 나올 까닭이 없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의 후과로 유일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역시 숱한 전쟁으로 지위를 유지하며 세계를 지배해왔지만, 한계에 도달했다. 세상의 이치는 영원한 제국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를 제물로 삼아 러시아의 부상을 저지하고, 전쟁을 염두에 둔 디커플링으로 중국을 제압하려고 했던 미국의 구상은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이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관계의 변화를 읽고 지혜롭게 대응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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