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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의 ‘생명’] 정치 상상력 실종 사회의 한계

 

 

총선을 앞둔 국내 정치 지형을 보면, 여전히 선거제도도 확정되지 않고,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모두 내부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 결코 조용하지 않다. 더욱이 이번 총선이 지난 21대 총선과 같이 준연동형으로 진행될 것을 예상해 여러 창당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의민주주의와 양당정치로 규정되는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경험과 비대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시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나 표현 방식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는 형식적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국민이 직접 정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성숙시킨다. 사회 발전에 의한 변화는 필연적이지만, 사회에는 변하지 않는 가치도 있다. 공정한 사회, 국민 모두가 함께 가는 사회, 그리고 분열과 갈등이 적은 평화로운 사회 등은 시대나 문화를 떠나 늘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이자 정치적 지향점이다. 아쉽게도 혼란스런 정치 상황 속에서 한 걸음 물러나 보면, 국내 정치지형에서 무엇보다 분명한 것이 사회적 가치의 실종과 방향성 상실이다.

 

여당은 정치검찰의 권력 장악을 위해 기존 정치인에 대한 압박을 더욱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나경원, 이준석 당대표 등에 대한 과거 제재 상황은 물론, 이동규 국민의힘 후원회장 구속을 통한 압력 효과는 장제원이나 당대표 김기현의 최근 행보에서 잘 나타난다. 야당 역시 당대표 중심의 당 개혁에 저항하는 기존 주류 의원들은 물론, 심지어 당운영에 불만을 표명하며 창당을 거론하는 전 당대표마저 등장하는 상황이다.

 

여당은 정권 안정을 내세우고,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심판을 내세운다. 신당이나 창당 움직임에서도 윤석열 탄핵이나 현 정부 타도가 핵심 주제로 등장한다. 예상을 초월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을 보면 너무도 타당한 구호지만, 한 정당의 핵심 가치나 과제가 당장의 정권 심판이라는 것은 너무 초라하다. 심지어 현 당대표의 당 운영을 비난하면서 창당을 말한다는 것은 정치를 단지 정치 타산과 이해관계로 접근함을 말해 준다. 여야 양당에서 병립형 선거제도가 다시 거론되는 것도 국내 정치 발전보다는 정당 의석수 계산에 근거한 정치공학적 접근일 뿐이다.

 

사회의 다양한 가치 구현과 양당제 극복을 말하면서도 정당의 최우선 핵심 가치가 단지 현 정권 심판이라면, 이는 주류정당이건 신당이건 과거 양당정치의 구태를 내면화한 것에 불과하다. 단지 다른 진영을 비난하면 차악의 선택을 통해 어부지리를 얻겠다는, 국민을 바보로 아는 정치문화의 재현이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국민에게 차악이 아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당을 준비해 제시해야 한다. 상대방 비난과 심판을 넘어 희망과 발전의 정책, 전쟁위기 없는 한반도 평화 공존의 방향, 국제사회를 이끌어 갈 선진국으로서의 인도적 가치와 현실정책의 최우선 제시가 없는 정당의 난립은 결국 국민 개혁 열망의 낭비와 소진을 불러온다. 

 

윤석열 정부 평가 및 심판의 당위성 명백하다. 그러나 그것은 21세기 국제 선진사회에 맞는 사회적 가치와 희망의 정치라는 맥락에서 거론되어야 한다. 총선이 양당을 위한 병립형 선거제 선택을 통해 현 정권 심판에 그친다면, 이는 차악 선택에 의한 사회 퇴행으로 가는 길이다. 주류정당이건 신생정당이건 표면적인 정권 심판을 넘어 보다 바람직한 가치와 희망, 현실적이자 구체적 대안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 모습이 필요하다. 정치적 상상력이 없는 사회에서는 군인이나 검찰 권력이 등장한다. 이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진영을 넘어 선진국에 걸맞는 정치적 상상력이다. 그런 상상력 풍부한 꿈을 지닌 이들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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