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영입하는 것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은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추대를 반대했던 비주류에서도 대안 부재론을 거론하며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등판을 도와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당내 기류는 ‘한동훈 비대위’ 출범을 기정사실화하는 방향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이며 영입 형태는 ‘추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상임고문단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당 원로들을 상대로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한 의견 수렴을 이어갔다.
유흥수 상임고문은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거의 이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에 등판했다. 그때 배 12척만 남았는데도 그걸 이끌고 승리했다”며 “지금 우리 당 상황이 배 12척 남은 상황과 같다. 그런 식으로 등판해 승리로 이끌어 나가야지 선거에서 진 다음에는 아껴서 무엇 하냐. 아무 소용도 없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유준상 상임고문은 “훌륭한 국민의힘 자산인데 조기에 등판해서 상처를 입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면서도 “당에서 결정하고 윤 대통령도 한 장관과 호흡이 맞는다면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윤 권한대행은 기자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오늘 사실상 의견수렴 과정은 마무리할까 한다. 이제 여러 고민과 숙고를 해 판단하겠다”며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이 통과되고 나면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 권한대행은 지난 13일 김기현 전 대표 사퇴 이후 다음 날 중진연석회의, 15일 의원총회, 18일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 등을 통해 당내 여러 의견을 수렴했다.
윤 권한대행이 이날 원로들의 의견을 종합해 당내 여론조사까지 끝내면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한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특히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인선을 반대했던 비주류도 한 장관이 전날 비대위원장직 제안이 오면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자 기류를 바꾼 만큼 걸림돌도 사라진 상태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특집 KBS 1라디오 오늘’에 출연해 “지금 비대위원장에 대해 모든 것을 열어놓고 의견을 듣는 중”이라며 “윤 권한대행이 당원들의 의견을 모아 내년 총선 승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등판 시기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당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한 만큼 비대위원장 인선을 더 늦출 수는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에 추대된다고 해도 김건희 여사 특검, 당정 관계 정립, 중도층 외연 확장 등 여러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는 여전히 숙제다.
[ 경기신문 = 고태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