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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부터 한묵까지…전시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1920년대 처음 시작된 기하학적 추상미술, 시대적 과제 안으며 한 시대 대변
김환기, 박서보, 변영원, 서승원 등 40여 명 작가 200여 점 작품 전시
5월 1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피에트 몬드리안, 바실리 칸딘스키, 카지미르 말레비치에서 시작한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1920년부터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에 꽃피웠다.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기하학의 형태, 원색의 색채, 화면의 평면성을 강조하는 회화의 한 경향이다. 우리나라에선 1920년대 이상과 유영국이 처음 시도하며 시작됐다. 장식적인 미술이라거나 한국적인 정서와는 거리가 먼 미술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한 시대의 산물로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역사적 상황을 대변한다.

 

이번 전시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에서는 5개의 섹션으로 김환기, 박서보, 변영원, 서승원 등 40여 명의 작가의 200여 작품이 전시된다.

 

 

‘1.새로움과 혁신, 근대의 감각’에서는 1920년대와 1930년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당시 경성엔 서구의 기하학적 추상이 직간접적으로 유입됐는데, 미술과 디자인, 문학의 영역에까지 확장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 주보나 ‘제일선’, ‘신인간’ 같은 시사 종합지 표지에서 기하학적 추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시인 이상은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시에서 기하학에 대한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1930년대 말 김환기와 유영국은 동경과 경성에서 전위미술로서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실험했다.

 

 

‘2. 한국의 바우하우스를 꿈꾸며, 신조형파’에선 1957년 결성된 신조형파를 조명한다. 화가, 건축가, 디자이너로 구성된 신조형파는 건축을 기반으로 순수미술과 응용미술, 예술과 기술을 통합하고자 했던 독일의 건축· 예술 학교인 바우하우스를 모델로 삼았다.

 

한국전쟁 이후 국가 재건기에 미술, 건축, 디자인의 새 역할을 모색하고자 했으며 산업 생산품에 이를 적용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하려 했다. 이들의 결과물은 산출되지 못했지만 연대 자체로도 가치가 있다. 변영원, 김충선, 변희천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3. 산과 달, 마음의 기하학’에서는 1960년대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우리나라에 정착하면서 한국적 정체성을 획득하고 소재가 되는 자연을 담아내는 과정을 조명한다. 자연의 부드러운 선과 형태는 작가들에게 서정적인 감성을 불러일으켰고, 그림은 인격을 반영하는 매개체가 됐다.

 

당시 한국 미술계에선 전통적 소재와 현대적 양식을 결합한 한국적 현대미술의 창출이 과제였는데, 작가들의 기하학적 추상과 자연을 결합하는 시도를 관찰할 수 있다. 이준의 ‘달무리’, 유영국의 ‘산’, 전성우의 ‘색동만다라’가 대표 작품이다.

 

 

‘4.기하학적 추상의 시대’에서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엽까지 확산한 추상미술의 역사를 볼 수 있다. 1967년 12월 홍익대 출신 작가들이 결성한 ‘한국청년작가연립전’으로 당대 앵포르멜(기하학적 추상을 거부하고 미술가의 즉흥적 행위와 격정적 표현을 중시한 전후 유럽의 추상 미술) 중심의 미술계를 타개할 대안으로의 기하학적 추상을 볼 수 있다.

 

1968년 ‘제1회 한국무역박람회’에선 기하학적 추상을 접점으로 미술가와 건축가, 디자이너는 발전된 국가의 미래상이 제시되기도 했다.

 

1969년 7월 21일엔 미국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는데, 미술가들은 우주시대의 개막과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하학적 추상으로 표현했다. 현대미술은 진동과 선, 원으로 과학적이며 반복적인 특성을 띄었다.

 

 

‘5. 마름모-만화경’에서는 기하학적 추상을 만화경이나 삼차원의 거울에서 재현한다. 3차원의 도형을 분해하거나 마름모꼴의 모형을 설치했다. 아티스트, 디자이너, 엔지니어가 모인 다운라이트&오시선의 작품으로 순수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고민하며 동시대적인 예술을 살펴본다.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역사와 그 역할을 알아볼 수 있는 전시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5월 19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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