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라도 연주활동을 하는 사람이 지휘자로 바뀌었을 때 쉽지 않다는 편견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피아노랑 지휘를 구분하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습니다. 한계가 있다면 그것을 넘어서 성숙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선욱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1월 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신임 예술감독을 맡은 소감을 위와 같이 밝혔다.
김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지휘자가 되고 싶었고 피아노를 칠 때도 항상 오케스트라를 생각하며 지냈다”면서 “이 자리가 새로운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길게 바라보고 자연스럽게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06년 18세의 나이로 리즈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자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으며 영국 왕립음악원 지휘과에 입학해 콜린 메터스의 지도를 받았다.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영국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국내외 유수 오케스트라와 호흡하며 지휘자로서 역량을 증명해가고 있다.
지난 2023년 6월 경기필 마스터피스 시리즈에 객원 지휘자로 호흡을 맞춘 김 감독은 경기필에 대해서 “굉장히 무서운 오케스트라”라며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와 같이 성장하는 뿌듯한 결실을 맺을 수 있어 기쁘다”고 평가했다.
이어 “취임 연주 때 브람스 1번을 정한 것도 ‘성장’과 관련이 있다”며 “초일류 악단이나 초일류 음악가라도 ‘완성형 연주’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들도 매일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연주자에게 성실함과 꾸준함을 강조했다.
김선욱 감독은 12일 취임 기념 2024년 신년음악회를 시작으로 마스터 시리즈 Ⅰ~Ⅴ를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해외에 경기필을 알리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공연마다 녹화를 해서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고 그 연주가 좋았다면 입소문도 나기 때문에 경기필 활동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휘자의 역할은 음 너머에 있는 의미를 찾는 것”이라며 “지휘자는 음악적인 아이디어도 확실해야 되고 구조도 확실히 판단할 줄 알아야 되고 각 악기 간의 밸런스도 맞출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경험을 10년 이상 쌓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음악에도 긴 호흡이 있다는 김선욱 감독은 ‘살아있는 음악’을 하겠다고 말했다. 40, 50분의 곡을 연주할 때도 호흡과 균형을 맞춰 오케스트라에서도 스토리와 기승전결이 확실한 음악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함께한 서춘기 경기아트센터 사장은 “김선욱 지휘자님을 선정하기에 앞서 1년간 공백 기간이 있었는데, 그동안 지휘자가 갖춰야 할 대목이 뭘까 고민을 했다”며 “곡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 음향 구조를 완성해 나갈 수 있는 능력, 개성과 카리스마, 경기필 연주자와 관객을 본인의 소리로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선욱 감독과 차이콥스키 정기공연을 하며 단원들과 호흡이 좋았고 통솔력과 열정, 곡에 대한 해석이 좋았다”며 “단원들도 굉장히 음악적 자극을 받았다고 판단해 김선욱 지휘자님에게 음악적 발판과 무대를 드리면 경기필과 함께 성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