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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평생 살아온 백령도 떠나야 하나"....김정은 전쟁 불사 위협 불안한 서해5도

"태어나서 이런 공포심은 처음 느껴본다. 이곳에서 태어나 70평생 일구고 다져온 삶의 터전을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장태헌 백령도선주협회장-

 

이북에서 피난을 내려온 어머니가 백령도에서 자신을 낳아 태어난 이후, 백령도를 떠나본 적 없다는 서해5도 주민은 최근 심경을 이렇게 토로했다.

 

장 협회장 뿐 아니라 서해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주민들은 최근 들어 급속하게 얼어붙은 남북한 정세로 인한 극심한 불안감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주민 일부는 '언제는 안 그랬냐, 김정은 말장난일 뿐'이라며 평소대로 본업에 충실하자는 입장이지만, 세계의 화약고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바 있는 서해5도 지역에서 아슬아슬한 질곡의 세월을 묵묵하게 버티면서 지켜왔던 주민들은 마치 곧 터질 폭탄을 안고 있는 것처럼 불안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해5도 주민들은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헌법으로 명기해야 한다'고 발언한 점에 주목했다. 

 

장 협회장은 "그동한 써왔던 '남조선'이라는 말 대신 '대한민국'이라고 명확하게 표현한 점과 '점령'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점이 섬뜩했다"며 "정부가 정치적 도발이라고 규정하며 강경하게 나오고 있지만, 특정금지구역이라고 볼 수 있는 서해5도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번 김정은의 발언과 포격 등 우려되는 상황이 한 둘이 아니다"는 말로 깊은 우려감을 표명했다.

 

서해5도는 6·25 전쟁 발발 이후 휴전 당시 북한의 도서 지역 중 상당수를 점유했던 유엔군이 북방한계선을 설정하며 다른 섬은 모두 철수하면서 북한이 접수하도록 했지만 이 섬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을 정도로 군사적인 요충지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에서도 서해5도 국군 병력 증강 등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는 있지만 주민들은 이것만으로는 거주하는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북한의 도발사를 살펴보면 제1연평해전(1999.6.15.), 제2연평해전(2002.6.29.), 대청해전(2009.11.10), 천안함 폭침 사건(2010.3.26), 백령도 북방 해상에 해안포 10여 발 발사(2010.8.9), 연평도에 해안포와 곡사포 수십 발 발사(2010.11.23.), 연평도·백령도 북방서 해안포 200여 발 사격 사건(2024.1.5.) 등 모두 서해5도에 집중됐다.

 

장 협회장은 "서해특정금지구역에서 보편적인 국민이 누릴 수 있는 권리마저 제약받거나 통제받으면서 살아왔지만 국가안보정책에 의지해 나름 생업에 전념하며 살아올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한 국가의 수장인 김정은 위원장의 '해방 이후 남북관계의 틀을 바꾸는 헌법 개정 지시' 직접 발언은 '심심하면 해왔던 말장난이나 헛소리'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다. 70평생 이런 두려움은 처음이다"는 말로 겪고 있는 불안감을 단적으로 표명했다.

 

그러면서 "평소대로 생업에만 집중하려고 해도 이번 사태로 인해 조업 통제 또한 더 심해질 것이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는 말로 정부의 대북정책 등에 대한 아쉬움 또한 살짝 내비쳤다.

 

대청도에 사는 배 모씨는 "지난 5일 일어난 북한군의 포 사격으로 멈췄던 조업을 3~4일 전부터 다시 시작했다"며 "불안하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고 평소대로 생업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평도에 사는 주민 김 모씨는 "이번 군사 충돌로 주민들은 현재 포격소리만 들어도 불안하고 불편한 상황"이라며 "심지어 포격훈련이 있을 때마다 가던 배도 회항을 하고 육지로 나가는 배편마저 끊기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섬 주민들의 일상생활 자체가 마비되는 셈"이라고 크게 우려했다.

 

한편 북한의 국지도발 가능성이 커지고 서해 북방한계선과 NLL 일대 긴장감이 크게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정치 도발 행위로 규정하고, 북한이 실제 도발을 감행한다면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이연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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