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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의 예술엿보기] 예술을 만나는 새로운 모색-데이비드 호크니의 미디어 전시

 

미술 관계자가 아닌 우리나라 일반인들에게 어떤 화가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빈센트 반 고흐가 압도적이고 모네, 르누아르, 클림트 등이 그 뒤를 잇는다. 한국인의 취향에는 인상주의 화가들이 잘 맞는 것 같다. 그에 비해 데이비드 호크니는 한국에서 두터운 마니아 층을 형성했음에도 모른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1937년 영국 요크셔에서 출생한 화가로 현재 86세의 고령임에도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중이다. 그는 전통예술교육을 받았지만 회화 뿐만 아니라 사진, 판화, 일러스트, 무대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에서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 하고 있다.

 

제프쿤스의 “토끼(Rabbit)”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107만5000달러에 낙찰되기 전에는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작품이 9030만 달러(한화 약 1078억원)로 최고가를 기록하였을 정도로 그의 회화 작품은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그는 2010년 경부터 아이패드를 이용한 드로잉을 선보이기 시작는데 그의 아이패드 그림 에디션도 1점에 약 10억원에 팔린다고 하니 거장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의 오픈 마인드는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에 대한 도전에 망설임이 없었고 다양한 실험을 통하여 그의 특유의 작품을 만들어 냄으로써 그의 작품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강렬하고 아름다운 생동감 넘치는 색감으로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 데이비드 호크니 : 비거 앤 클로저(Bigger & Closer)

 

 

회화의 거장 호크니가 2023년 2월 런던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를 선보였을 때 현지의 반응은 엇갈렸다. 하나는 “이미 최고가를 경신한 거장이 왜 아이들 놀음 같은 저런 전시를 열었을까” 하는 비판이었고, 다른 하나는 “호크니의 실험정신과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예술전시”라는 긍정적인 평가었다.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고흐, 클림트 등의 이머시브 미디어 전시는 유행처럼 번져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연인들의 방문 필수 코스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원작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전통적인 전시와 달리 디지털 복제본을 본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특히 화가나 미술관계자들은 이러한 미디어아트 전시가 흥행에만 초점이 맞춰져 디지털 색상이 너무 자극적이고, 현란한 배경음악으로 인해 오롯이 작품을 감상할 수 없다는 비평도 만만치 않았다. 나 또한 전통적인 전시에 비해 원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마띠에르(재료·소재의 질감)나 색감을 포기해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미디어전시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호크니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가 흔치 않고, 이번 전시가 생존하는 화가 본인이 직접 참여해 내레이션까지 한 미디어 전이란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라이트룸 서울에서 만난 데이비드 호크니

 

라이트룸 서울은 에트나컴퍼니가 런던의 라이트룸과 국내 독점 계약을 맺고 강동구 고덕에 문을 연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장이 첫번째 전시로 “데이비드 호크니 : 비거 앤 클로저”를 선보이게 됐다.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가로 18m, 세로 26m, 높이 12m 규모의 대형 공간으로 연결된다. 그곳에는 27대의 프로젝터와 1500여개의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으며 4개의 대형 벽면과 바닥까지 스크린으로 활용되어 전시 작품을 볼 수 있다.

 

객석은 바닥에 자유롭게 놓인 벤치와 뒤쪽의 계단식 벤치가 전부지만 관람객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며, 사방으로 돌며 관람할 수도 있다. 어린이 관람객들은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보기도 하고 화면 근처로 가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다른 이머시브 미디어아트 전시와 다른 점은 바로 작가가 현존하여 있으며, 그가 스스로 이 작업에 참여해 그의 내래이션이 영상을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그것은 작가의 생각과 작품세계를 표현하는 데에 작가가 가장 밀접하게 다가가 있는 전시이며, 영상에 비칠 작품의 퀄리티와 방식을 작가가 모두 관여하였음을 의미한다.

 

 

이 전시는 작품을 디지털 데이터로 영상에서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호크니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 작업하는 방식, 작품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 그의 철학 등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며, 회화 이미지 뿐만 아니라 기록 사진이나 비디오 영상, 음악과 사운드, 애니메이션 등 적합한 멀티미디어 방식을 모두 포함해 50분간 상영되는 한편의 다큐멘터리 드라마 같다.

 

전시의 구성

 

전시는 총 6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6가지의 테마를 통해 지난 60년간 호크니의 작품세계를 총괄할 수 있다. 호크니의 음성은 자막으로 화면의 상단에 영문과 한글로 나온다. 내레이션을 듣는 것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자막을 보느라 영상에 몰입하기 어렵지만 한번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여러 번 영상을 볼 수 있어서 대부분 관람자가 2회 정도 볼 수 있는 2시간 정도 그곳에 머무른다.

 

6개의 테마에 대해 이후 관람자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몇 가지만 소개하며 데이비드 호크니가 말한 그의 명언과 이미지로 대신한다.

 

▲ [원근법 수업 | Perspective Lesson]

 

“우리는 마음과 기억으로 본다. 사람들이 사물을 자세히 보지 않는다는 사실에 가끔 놀란다. 

원근법을 활용하면 훨씬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이 바로 그런 흥미로운 작업이다. 나는 작품에 많은 내용을 넣곤 하는데, 현실감을 더 많이 얻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의 원근은 하나의 시간을 나타낸다.” 

▲ [호크니 무대를 그리다 | Hockney Paints The Stage]

 

“나는 그저 우연히 극장에서 작업하게 된 미술가일 뿐이다. 화가가 극장에 진입할 때 달라지는 건 협업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 곧 타협을 뜻한다. 협업이란 본질적으로 타협이다. 결국 내 스튜디오에서는 나 자신과 타협할 뿐이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해 오페라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오페라를 보러 갈 때 특별한 볼거리가 있기를 바란다.”

 

▲ [가까이서 바라보기 | Looking Closely]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항상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아주 꼬마일 때부터 언제나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림이야말로 나의 천직이라고 생각하면서 60년 동안 계속했다. 지금도 변함없다. 나는 이 일이 아직도 흥미롭다. 

 

미래의 전시

 

전통적인 전시와 이머시브 미디어전시는 예술을 만나고 느끼게 해주는 공통적인 목표가 같다. 그러나 두 전시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자가 그림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라면, 후자는 오감으로 체험하여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전자가 작가가 작품을 통하여 관람자와 일정한 거리에서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면, 후자는 작가가 자신의 집으로, 자신의 삶으로 관람자를 초대하여 함께 즐기는 파티와 같은 것이다.

 

호크니는 "나는 다양한 장르로 갔다가도 다시 그림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것은 미래의 전시관람 형태를 엿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멘트이다. 어떤 스타일의 전시가 더 올바른가는 논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자북이 생기면서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여전히 종이책은 더욱 더 다양한 콘텐츠를 담고 탄생하는 것처럼 원화를 감상하는 전통적인 전시 방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기술이 발전하면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더 진보적인 전시방식은 나날이 발전해 나갈 것이다. 사람들은 더욱 더 몰입할 수 있는 생생한 관람방식을 즐기게 될 것이고,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다. 그러한 방식이 예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일반인들이 예술에 다가갈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 줄 것이며 지금의 이러한 전시가 미래 전시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방식이 본질을 흐리지는 말았으면 하는 미술 애호가로서의 바람이 있다.

 

[ 글 = SG디자인그룹대표. 시인 권은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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