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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상식, 인권' 번역 출간

흔히들 자신의 이론이나 논리에 합리성을 부여하고 상대방의 이견이나 반대를 공박하기 위해 그 근거로 상식에 호소하는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합리적 이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으례 갖췄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준거로서 거론되는 것이 상식이지만 때론 각자가 처한 입장이나 관점에 따라 양태를 달리하는 것이 상식이고 보면 어떤 것도 자명한 것은 없다는 것이 새삼 확인된다.
하지만 보편적 가치에 대한 신뢰마저도 저버린다면 무엇에 기대 살아야 할까?
최근 '모든 인간의 인권 확보가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상식이 아직도 확실히 뿌리내리지 못한 사회에 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화두로 '인권의 확보와 상식의 수립'을 제기한 책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법학자인 박홍규 교수(영남대)가 2백년 전 미국의 사상가 토마스 페인의 두개의 팸플릿 '상식'과 '인권'을 하나로 묶어 '상식, 인권'(필맥 刊)을 번역해 내놓은 것.
2백년전 토머스 페인이 발표한 '상식'(common sense)과 '인권'(rights of man)은 인간의 보편적 권리로서의 인권을 국가체제와 사회제도의 근본 원칙으로 제시하고 옹호함으로써 당시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정치지도자와 국민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 책이다.
이 두개의 대중적 팸플릿에는 미국 독립혁명과 프랑스 혁명에 대한 현장감 넘친 생생한 증언과 주장이 담겨 있다.
'상식'은 영국의 식민지 아메리카의 인민들에게 영국으로부터의 완전한 자주독립과 공화제에 입각한 새 국가 건설을 촉구한다.
구체적으로는 영국과의 화해를 주장하는 의견에 대한 논박, 독립에 따른 경제적 이익에 대한 논증, 세습 군주제의 불합리성에 대한 비판, 대의제에 따른 정치적 대표기관의 구성방법 등 페인의 주장이 담겨있다.
이로 인해 '상식'은 미국 초기 정치지도자들은 물론 대중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으며 미국 독립선언문의 기초가 됐다.
'인권'은 당대 보수주의의 대표적 논객인 에드먼드 버크가 '프랑스 혁명에 대한 고찰'에서 전개한 프랑스 혁명에 대한 보수적인 해석을 비판하기 위해 씌어진 책으로 페인은 단지 프랑스 혁명을 옹호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권의 기원, 헌법과 국가의 원리, 공화제 정부의 구성을 논한다.
그는 더 나아가 아동교육, 빈민과 실업자의 구제, 노인복지 등 국가가 수행해야 할 사회정책의 내용과 이에 필요한 재원 조달 방법을 제시해 후일 영국의 저명한 역사가인 에드워드 톰슨으로부터 '노동계급 운동의 원천을 이룬 저작'이며 '20세기 사 회법의 출발점을 제시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근대 민주국가의 출발점인 프랑스혁명과 미국 독립혁명이 식민주의와 군주제 억압에서 벗어나 자연권에 기초한 인권을 완전하게 보장하고 새로운 민주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것임을 페인의 두 팸플릿 '상식, 인권' 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혁명이 성공한지 2백년이 경과된 오늘날, 미국이 자신의 건국이념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리고 있다.
식민 모국인 영국의 압제와 착취에 맞서 싸웠던 과거를 망각한 채 이제는 자국의 정치 경제적 이익만을 추수해 세계 곳곳에서 다른 나라와 민족에게 횡포를 가하는 경우가 목도되고 있다는 지적들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경제적 약자를 비롯한 소수집단의 인권 보호가 대단히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듯 인간의 권리와 상식이 근대 민주국가의 형성으로 자명하게 완결된 것이 아니라고 입증된 만큼 역사가 진행되는 한 제기되고 실천해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페인의 '인권, 상식'은 여전히 유효한 책이다.
역자인 박홍규는 서문에서 미국 독립운동 기념관이나 프랑스 대혁명 기념관에 사장된 페인의 저작을 묘지에서 다시 끌어낸 이유로 "헌법도 사회법도 독립도 혁명도 제대로 살아있지 않은 이땅에서 되살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440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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