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 참여는 미덕이다. 권력구조 변동, 민생 파탄의 지속 여부가 판가름 날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우리 사회가 분주하다. 양대 정당은 저마다 공천 발표로 어수선하다. 게다가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발표는 여권의 불순한 정치적 동기, 의사들의 생존권, 환자의 진료권 보장 등으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켰다. 한국의 이익집단 사회는, 정신이 없다. 공론장이 시끄럽고 복잡하다보니 지역사회의 사건사고 전반이 정치이슈에 파묻히는 경향도 없지 않다.
지난달 6일, 일산서부경찰서는 이모씨를 강도살인혐의로 체포했다. 경기도 고양시와 양주시에서 60대 다방업주 2명을 잇따라 살해한 혐의다. “교도소 생활을 오래하며 스스로 약하다고 느꼈다.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어 강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범행”했단다.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 그것은 국민의 안녕과 행복에 있다. 정권 획득 투쟁의 격화로 인해 연쇄살인 사건은 여론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교도소에서 바로 출소한 이들의 재범 사건. 방지책은 없는 것일까? 범죄 예방, 교화,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부처 간 협력은 정책의 청사진으로만 언급되는 단어인 것처럼 보이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법무가 아닌, 복지의 시각에서 보면, 이 사건은 영화배우 설경구 주연의 '오아시스'와 맥락을 같이 한다.
지적 능력이 덜 발달한,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전과 3범의 주인공 홍종도는 바로 이모씨일 수 있다. 다방업주 살인 사건의 범인은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다. 경계선 장애인일 수 있다. 지력과 체력이 약하다보니 어릴 때부터 또래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소위 ‘찐따’로 무시당했던 일상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
IQ가 75 이하이면 심한 장애(구, 장애 3급)로 중증 장애인에 해당한다. IQ가 71, 혹은 76에서 84 이하이면 심한 장애는 아니지만 경계선 장애에 해당한다. 정상도 아니고 장애도 아니다. 하지만 밥을 스스로 먹을 수 있고, 책을 읽고, 연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에서 그들이 서있을 자리는 마땅치 않다. 지적 장애 판정을 받지 못했기에 복지혜택은 어림도 없다. 문제는 사회적응능력(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언제든지 일터 밖의 사고에 노출되거나 사고의 당사자가 되기 쉽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경계선 장애인.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불의 우리나라가 이 부분에 무관심해선 안 된다. 350만 명으로 추정되는 경계선 장애인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제고되지 않으면,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싸이코패스 출현처럼 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경계선 장애인에 대한 직업재활시설 같은 ‘일자리 제공’이 410총선에서 중요 공약으로 발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거 전술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보다 사회적 약자의 고민과 범죄 피해를 함께 나누는 태도가 필요하다. 사회참여능력이 떨어지는 자에 대한 무관심은 악덕의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