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이 도입되고 상용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 예술의 영역에도 AI 기술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 영상과 시각 예술, 회화에 과학적 기술의 접목은 예술의 지평을 넓히며 관람객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대화하고 교감하는 과정은 21세기 예술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오산시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 ‘변화와 변환’은 이런 미술 세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전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삶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김홍년, 노진아, 송창애, 이이남, 이재형, 최종운, 한호 7명의 작가 11점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노진아 작가의 ‘히페리온의 속도’가 관람객을 맞는다. 바닥에 놓인 사람 얼굴의 모형은 눈알을 굴리며 관객들에게 “이름은 뭐니?”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관객들은 질문에 대답하며 AI 기반 모형과 대화를 이어나간다. 다소 철학적인 대답으로 인간의 사고 능력을 따라잡는 기술의 발전을 실감할 수 있다.
전시는 미술관 2,3,4층으로 이어지는데, 2층에는 김홍년, 이이남, 한호의 작품이 전시된다. 김홍년의 ‘화접(花蝶)2023-VII’과 ‘화접(花蝶) 공감과 소통III’은 회화가 미디어아트로 변할 때 극대화 되는 화려함과 몰입감을 보여준다. 꽃으로 그려진 나비는 그 자체로도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영상이 되살아 있는 나비처럼 움직이는 모습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이남의 ‘만화-병풍I’과 ‘설계어부-해피니스’는 좀 더 이색적이다.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전통적 병풍 회화에 풍선, 전등, 사람 모형 등 영상을 가미해 독특한 그림을 완성한다. 섬세한 수묵화와 대담한 미디어아트는 서로를 부각시키며 수백 년을 뛰어넘는 현대 미술을 완성한다.
한호는 ‘최후의 만찬’을 통해 미디어아트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한 벽을 가득 메운 13m 크기의 LED 전광판은 시시각각 색을 달리하며 빛을 내뿜는다. ‘최후의 만찬’을 주제로 긴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원작과 같이 희생과 사랑의 의미를 전한다. 반짝이는 전광판은 미디어아트가 가진 실험적 성격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3층엔 송창애와 이재형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송창애는 ‘WATER ODYSSEY: MIRROR’를 통해 전시실에 거대한 바다를 만들어낸다. 천장에 달린 영상기기를 거울에 비춰 바닥에 확대한다. 영상에 따라 바다는 움직이며 관객들은 푸르고 거대한 바다 속에서 사유할 수 있다.
이재형은 ‘경기, 오산 역사 70년, 시간여행’으로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공중전화박스에 들어가 특정 연도를 누르면 공중전화박스 뒤 화면에 그 해에 있었던 일이 영상으로 흘러나온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오산 지역 개발 등 역사를 흥미로운 방법으로 기억할 수 있다.
4층엔 최종운의 특별한 방이 준비돼 있다. ‘Beyond the space’라는 이름의 작품은 방 안에 특정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전구를 비추는 작품이다. 파란색, 주황색, 초록색, 노란색 등의 크고 작은 전구들은 색색의 동심원을 만들며 빈 방을 환상의 공간으로 바꿔 놓는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의 공간에서 아름다운 빛의 변주를 느낄 수 있다.
‘예술은 항상 어떤 것에 관함(aboutness)이고, 그에 따라 내용 의미를 가진다. 어떤 것이 예술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의미를 구현(embodiment)해야 한다’라는 미학자 Danto의 말처럼 ‘2024 미디어아트 특별전 변화와 변환’은 21세기 기술의 발전으로 변화한 예술과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예술의 본질을 조명한다. 전시는 3월 24일까지 열린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