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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의 ‘제시된 공간’ : ‘노다지’와 ‘무한변주’ 시리즈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토포하우스 1전시실
24K 금을 자본논리의 동시대와 미술을 희화화
금맥을 찾아 돌을 깨나가는 관념적 형상
오방색으로 구성 오행의 자본화

 

 

 

 

 

화성에 작업실을 두고 활동하는 이상근 작가는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 토포하우스 1전시실에서 개인전 '전제의 공간'을 선보인다.

 

이 작가는 어릴 적부터 나무를 좋아해 나무를 소재로 작업하며 전통적 예술 경계에 도전해 온 작가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사회적 비평과 철학적 탐구가 교차하는 ‘노다지’와 ‘무한변주’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예술과 자본주의, 정신성과 물질성,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예민한 탐구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가는 ‘천부경(天符經)과 단군신화(檀君神話) 등에서 사유의 영감을 얻어 무(無)의 개념과 우주와의 관계에 대해 예술적 탐색을 진행하면서, 관객들에게 기존 예술 경계를 뛰어넘는 추상적인 사고와 철학적 탐구의 영역으로의 생각을 자극하는 여정을 선사한다.

 

 

 

 

⃟프레임의 바깥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24K 금을 독창적으로 작품에 접목시킨 '노다지(No Touch)' 시리즈가 있다. 작가는 개화기 동안 착취당했던 조선 광부들의 역사적 서사에서 영감을 받아 자본주의와 물질주의의 역동성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는 부와 가치를 상징하는 금을 통해 물질적 부와 무와 같은 무형의 개념에 대한 성찰을 촉발한다. 작품 속 금값의 변동은 가치와 담론의 유동적 본질을 상징하며, 예술과 자본 논리의 고정된 개념에 도전하면서 전통적인 예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공간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예술 경계의 확장을 시도한다.

 

특히 '무한변주' 시리즈는 캔버스 절단과 조작을 통해 전통적인 공간 개념에 도전하고, 현대 미술 영역 내에서 공간적 역학에 관한 매혹적인 탐구를 보여준다. 작가는 캔버스를 조작하는 데 관객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예술가와 관객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정적인 표면을 역동적인 풍경으로 변화시킨다.

 

작가는 레드, 블루, 화이트, 블랙 등 강렬한 색상으로 채색된 캔버스 평면을 날카로운 틈으로 가르고 인터랙티브 요소가 접목된 레이어를 추가해 즉각적인 시각 효과를 형성한다. 그의 강렬한 색상의 팔레트는 추상적 감각을 불러일으키고, 지퍼는 포털이 되어 참가자들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경계를 넘나듦으로 인용된다.

 

◊공간 역학 탐구

캔버스 천을 찢고 지퍼를 붙여 여닫을 수 있는 작업은 20세기 중반 루치오 폰타나의 ‘공간주의(spatialism)’와도 맞닿아 있다. 캔버스를 찢는 폰타나의 혁명적인 행위는 2차원 예술의 전통적인 개념에 도전하면서 공간 탐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유사한 맥락에서 작가는 캔버스를 찢을 뿐만 아니라 지퍼 클로저를 결합해 예술적 경계에 의문을 제기할 뿐만 아니라 무한한 공간적 가능성에 더해 관객의 경험을 독특하고 참여적인 차원으로 이끈다. 캔버스가 고정된 단순한 표면에서 역동적인 가능성의 놀이터로 제시된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공동 창작자가 되어 캔버스 내 공간을 형성하고 재형성하는 행위에 참여하여 살아 움직이는 예술 작품을 탄생시킨다.

 

작가에게 지퍼는 붓이며 지우개다. 그가 선택한 여닫는 기능을 갖춘 지퍼는 움직임과 변화 가능성의 요소로서 캔버스를 역동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지퍼라는 이 색다른 도구는 예술적 창조와 파괴의 유동성과 상호연결성에 대한 은유다. 작가는 프레임 안의 공간적 소우주를 바깥의 더 넓은 대우주와 연결함으로써 캔버스 표면과 관객 인식의 여백 사이의 긴장감을 강조한다. 작가는 잠금장치로서의 기능을 지닌 지퍼에 계시의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관객에게 개인적인 표현의 세계를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또 캔버스를 찢는 행위를 통해 작가는 양자 현상에서 발견되는 본질적인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예측 불가능성 요소를 도입한다. 그리하여 관객은 자신 앞에 놓인 캔버스를 스스로 조작하면서 다차원적인 경험으로 펼쳐지는 평면이 제공하는 이중적 특성의 구현을 만나게 된다. 양자역학의 입자 및 파동 간 공명처럼 작가는 관객에게 관찰자이자 공동 창작자로서 캔버스에 참여하여 예술적 풍경을 형성하고 재구성하도록 손짓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의 특징은 상호작용에 대한 찬가이자 관객이 자신만의 공간 서사의 공동 창작자가 되도록 초대하는 작업이라는 점이다. 정적이고 고정된 표면이었던 캔버스는 이제 보이지 않는 내면의 압축을 풀고 참여자의 손길에 의해 형성되는 역동적 풍경으로 제시된다. 실제로 이상근의 작업은 시각적일 뿐만 아니라 촉각적이며 관객과 예술가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대화를 통해 감각을 자극한다.

 

관객의 상호작용과 몰 입적 경험을 강조하는 것이 동시대 미술의 폭넓은 경향이다. 이는 예술 감상에서 전통적으로 관객에게 할당된 보다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을 반영한다. 디지털과 인터랙티브 기술이 우리가 예술에 참여하는 방식을 재편하고 있는 21세기의 맥락에서, 이번 전시는 직접 체험하고 참여하는 경험에 대한 점점 더 커지는 욕구에 부응한다.

 

한때 전통에 대한 반항적인 일탈이었던 캔버스를 찢는 행위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재검토되고 확장된다. 예술가와 관객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공간에 대한 공동 탐구가 시작된다. 캔버스를 찢는 작가의 행위는 전통미술의 평면적 한계를 깨고 매체로서의 공간을 해방시킨다. 관객은 더 이상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닌 능동적인 참여자가 되어 자신만의 독특한 공간 서사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한다.

 

◊유무상생(有無相生)의 교호(交互) 원리

본질적으로 이상근의 작업은 '무'와 같은 동양 철학적 원리에 뿌리를 둔 존재의 유동성과 무상함을 증거 한다. 재료의 혁신적인 사용과 공간 역학의 탐구를 통해 관객이 예술과 현실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도록 장려하는 이번 전시는 관람자들에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도록 유도할 뿐만 아니라 예술적 의미 창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고 있다.

작가는 전통과 혁신이 만나는 영역, 시간을 초월한 공간이 역동적인 예술의 렌즈를 통해 재생산되는 영역으로 관객을 호명한다. 작가는 움직임과 변형의 요소를 도입하여 관객이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과 상호 작용하도록 유도한다.

 

이상근의 ‘노다지’와 ‘무한변주’ 시리즈는 전통적인 예술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경계가 유동적이고 가능성이 무한한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는 “이 시리즈들은 고대 동북아시아에서 발전되어 온 학문으로 우주론적인 철학인 역학(易學)에서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작가는 무극(無極), 태극(太極), 황극(皇極)이라는 우주의 세 가지 법칙을 작품에 통합하고 프레임의 역학을 탐색하면서 공간을 중첩시키고 재 맥락화를 꾀한다.

 

동양 철학의 사상을 바탕으로 고정된 프레임을 허무는 그의 작업방식은 기존의 예술적 관습을 전복함으로써 한계를 초월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의 본질을 포용하는 수단이 되는 창조와 파괴의 춤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작가는 지퍼에 의해 매 순간 열고 닫힘으로써 생성되는 공간에서 잠시 무, 공의 세계를 잠시 엿보기를 제안한다. 그의 캔버스는 ‘있음(有)’ 너머의 ‘없음(無)’의 세계를 지시하는 역동적 역할로 작동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움직임의 세계를 증언하고 상징주의의 시각적 교향곡을 제공한다.

 

미술의 전통적인 틀에 도전하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치체계에 대해 질문하는 이상근의 전시는 현대 미술계에 과감하고 시의적절한 개입을 시도한다.

 

그는 “이번 시리즈를 통해 미술의 사유와 담론이 작품의 프레임 안에 국한되어 일방적이고 제한적인 것에 저항하며, 물리적이며 유동적인 유 ·무형의 개념이 밖에서 생성되어 프레임을 넘나들며 시공간을 확장시켜 미술의 본질을 질문하고자 한다.” 고 했다.

 

작가는 프레임을 넘어 시간과 공간을 확장함으로써 이 시리즈는 관객이 예술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고 고정된 불변성이라는 개념에 저항하도록 장려한다. 작가는 ‘금’과 ‘지퍼’의 물질에 대한 예술적 재해석을 통해 예술과 현실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예술가와 관객, 제작과 완성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관객이 전통적인 예술 담론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화에 참여하기를 촉구한다.

 

김원숙 예술비평가는 “전시 전반에 걸쳐 이상근의 작업은 참여 경험을 향한 현대미술의 폭넓은 경향을 반영하면서 상호작용과 몰 입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금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역동성과 더불어 캔버스 천을 찢고 움직임과 변형의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관객이 자신만의 공간 서사의 공동 창작자로서 호명한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에서 엿볼 수 있는 작가의 예술적 비전은 추상적인 사고와 철학적 탐구의 영역으로의 성찰적인 여행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는 ‘예술이란 무엇인가?’ ‘세상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묻는다. “하나가 시작했지만 하나는 없고 하나가 끝났지만 끝난 하나도 없다. 일시무시일 일종무종일 一始無始一 一終無終一)” 각각 천부경의 도입부와 종결부의 글귀다.

 

모든 파도는 바다 위에 인연 따라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일 뿐, 파도의 실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들이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사라진다. 이 우주의 모든 것이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상근은 동양 철학적 원리, 재료의 혁신적인 사용, 유동적 공간 개념을 통해 관객의 인식을 확장시키며, 예술의 본질, 존재, 현실 자체에 대한 깊은 사유와 더불어 현상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불러일으키는 예술의 힘을 보여주고자 한다.

 

캔버스가 예술 탐구의 공유 여정을 위한 통로 공간이 되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예술이 단순히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을 열고 닫는 관객의 손에 의해 적극적으로 제시되는 공간 미학을 선보인다. 캔버스가 단지 배경이 아닌 참여의 장이 되고, 지퍼가 예술의 평평한 공간 내에서 존재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는 이번 전시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자료사진 이상근 작가 제공)

 

 

 

이상근 Lee Sang Keun

개인전

2024 전제의 공간- 토포 하우스

2021 연리지 - 본연의 몸짓 - 삼성 래미안갤러리

2020 관계의 회복 - 갤러리M

2017 나무가 나무로서 나무만의- 경인 미술관

2009 Wooden Age - 담갤러리

2008 From the forest - 수원미술관

경력

2013~2016 (사)한국미술협회 화성시 지부장

2015~2018(사)한국미술협회 경기도 부지회장

 

[ 경기신문 = 최순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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