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임이 저한테 있지는 않지 않나”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 유세 현장에서 한 말이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왜 내가 책임져야 하냐는 응석이었다. 물론 그는 하루 만에 “잘못이 있고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다”라며 태세를 전환하기는 했다. 지난 4일에는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 딸의 대출의 ‘위법성이 확인됐다’라고 발표했다. 이에 발맞춰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대출금 회수 조치와 함께 관련 사항을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조사 이틀만에 위법성을 결론 내린 것이나, 22대 총선 사전투표 전날 서둘러 발표한 시점을 의식한 것인지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금감원이 야당 후보 검증 이슈에 과도하게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앞서 이복현 원장은 “금융위나 행안부, 대통령실 등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혼자 판단했다”라며 “제가 책임져야 하니까 판단해서 의견을 드린 것이고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원들의 선택을 받은 것도 아니고 의원들에 의해 추대 혹은 용산으로부터 임명된, 더욱이 총선에 출마도 하지 않은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진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일주일만 기다리면 총선이 치러진다. 그런데 그 일주일을 못 참고 선거기간 한복판에 참전하여 야당 후보에게 ‘위법’이라 딱지를 붙인 이복현 원장은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금감원 원장 임기는 3년이다. 이복현 원장은 2022년 6월 취임해 2년 가까이 재임하고 있다. 게다가 그와 같이 외부에서 임명된, 더욱이 금융 관련 경력이 전무한 원장 중 임기를 모두 채운 경우는 드물다. 백번 만번 고민하고 고민해 봐야 겨우 “선거 개입 의도는 없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까 말까 한 선거기간 한복판 야당 후보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진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책임이 언급되는 또 다른 이가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다. 고등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현재 조국혁신당의 지지율과 그의 순번을 고려해보면 무난한 당선이 예상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조국혁신당은 “범죄자연대 방탄동맹”이라 비난했다. 조국 대표가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출마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국 대표는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되어 감옥에 가면 “그동안 정치하느라 못 읽은 책도 읽고 운동도 하다 나오겠다”라며 맞받아쳤다. 그의 딸 조민은 관련 소송을 모두 포기함으로써 의사 면허와 석사·학사 학위를 모두 포기하고 고졸이 되었다.
조국과 그의 딸 조민의 행동이 책임지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하며 2인자로까지 불리다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직행해 놓고는 “정부의 실정이 내 책임이냐?”라며 응석 부리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나 정치인도 아니면서 정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놓고는 “내가 책임진다”라며 책임질 수도 없는 발언을 내뱉는 이복현 원장의 그것은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