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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이제는 새로워져야 할 때

 

얼마 전이다. 벚꽃이 새벽을 여는 시간 운동을 하러 나섰다. 좌우로 줄지어 선 벚꽃으로 길은 훤하게 밝았다. 가슴 맑고 호흡은 벅차올랐다. 그 길을 나는 혼자 가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다.

 

‘마른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 작은 잎새 하나/ 그대가 나무라 해도 내가 내가 잎새라 해도…/ 시인은 시인은 노래 부른다. 그 옛날의 사랑 얘기를_ ’ 순간 사랑에 대한 허기와 생명의 허무 같은 게 느껴졌다. 꽃은 소리 없이 피었다 눈물 없이 진다. 코끼리는 때가 되면 조상이 죽어간 곳으로 찾아가 사라진다고 한다. 원숭이는 자기에게 도움을 많이 준 나무 밑으로 가서 그 나무에 거름이 되어주고-. 그런데 인간의 가는 길은? 잠시 생각에 젖어본다.

 

어느 초등학교 교문에는 ‘4월은 과학의 달’이라고 써 걸어놓았다. 학교 옆 사거리에서는 ‘4월은 선거의 달’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불혹의 고개를 넘겼을까 싶은 젊은이가 마이크를 잡고 자기 당원으로서 함께 가야 할 사람이요 국회의원으로 적격자라고 협박에 가까운 지지를 토하고 있었다. 선거의 결과는 항시 후보자들에게 ‘너 자신을 알고 겸손’하라고 했건만.

 

입으로 사는 사람, 얼굴로 사는 사람, 몸으로 사는 자, 목소리 큰 사람이 어른인 양 설치는 선거철에 우리는 젊고 어린 후배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 벚꽃은 기다렸다 함께 피는 해화(偕花)이다. 꽃잎은 흩날리고 4월의 숲은 짙은 녹색 대숲 빛으로 짙푸르던 그날 나는 사전 투표를 했다. 기표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속이 후련했다. 누가 누구를 선택해 찍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때의 독립투사나 되는 듯 자기 잘났다고 설치는 정치꾼과 여의도 국회의사당 분들이 제발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희망사항이 있다면 이번 선거에 당선된 의원들이 한 그루의 푸른 거목으로서 국회의사당이 ‘인간의 숲’이 되어 백성이라는 나무에 유익한 산소를 공급하는 근원이 되고, 실제로 맑은 가슴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의 숲을 형성할 수는 없을까? 하는 유머 같은 상상을 해본다.

 

이제는 새로워져야 한다. 당과 권력과 지역과 연줄로 나뉘어 내편이 아니면 북에서 온 간첩 같은 사람이요 빨갱이라는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구를 위한 배척이요. 증오이며 적대감인가? 과잉 출세자, 부모찬스, 부동산재벌, 금배지 귀족, 일류대, 일류회사, 경쟁의 달인- 이런 단어들이 들먹거려지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민족이 있다고 본다.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적극적인 민족과 살아지니까 사는 소극적인 민족이 있다. 적극적인 민족으로서 긍정적인 사고의 훈련을 쌓아가며 좀 더 가슴 따뜻하고 희망적인 삶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제는 좀 느긋하고 새로워져야 하겠다. 이웃을 대할 때도 ‘요즘 외로워 보이는데 무슨 일 있으신지요?’ 또는 ‘댁에 좋은 일 있으신지 행복해 보입니다. 언제 함께 바람이라도 쐬러 가십시다.’라는 인사부터 달라져야 하겠다. 산에는 나무를 심고 사회에는 인재(된 사람)를 심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지금 모두가 살아갈 날들을 위한 기도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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