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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농담] 인공지능 국가 대항전의 각주와 숨은 질문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인을 보며 뭉클해하는 우리의 공통 경험은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난다. K팝, K드라마, K스포츠를 보라. 이외에도 나라의 명운을 걸고 세계 시장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다 일컬어지는 분야가 있으니, 인공지능이 그것이다. 문제는 세계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고 있는 주역들을 향한 뭉클한 마음이 너무도 강력하여 그 이면에 있는 다른 면모들을 까맣게 잊게 된다는 사실이다.

 

지난 15일,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인간중심 인공지능 연구소(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HAI)의 연구진들은 '인공지능 인덱스 2024'를 발표했다. 2017년부터 발표된 이 보고서는 정책 입안가들과 저널리스트, 대중이 인공지능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보고서에는 일부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들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었다.

 

소동은 분석대상이 된 ‘일부’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중 한국 기업이 개발한 모델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아 발생했다. HAI 연구진은 보고서 그래프 하단 각주를 통해 ‘중국과 한국의 일부 모델들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적어 두었다. 연구진은 한국이 ‘인공지능 국가 대항전'을 치르고 있으며, 한국 정부, 언론, 기업 모두가 이 ‘전투’의 승패에 얼마나 민감한지 몰랐을 것이다. 패배는 자극적인 소재였고, 언론은 보고서 각주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일부 언론에서 “한국에는 파운데이션 모델이 하나도 개발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 기업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0건’ 보도, 사실과 달라]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사실을 바로잡아야 했다. 앞으로는 한국 파운데이션 모델이 조사에 포함될 수 있도록 HAI 연구진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로써 인공지능 기업과 이를 평가하는 연구자 그리고 정부의 관계는 한층 돈독해졌다.

 

한편 우리는 인공지능의 다른 문제들을 살펴보지 못했다. '인공지능 인덱스 2024' 보고서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인공지능의 책임성과 다양성, 인공지능이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보도한 한국 언론은 몇이나 될까. 인공지능 기술과 그것을 개발하는 소수 기업의 ‘승리’에 한국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생각은 인공지능이 야기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논의를 후순위로 밀어낸다. 그러니 인공지능 전쟁에서 한국이 서둘러 승리하기를 바라게 되는 이 뭉클한 마음은 썩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승리만큼 중요한 다른 사안들이 산적했기 때문이다.

 

퓰리처 재단은 ‘인공지능을 취재하는 언론인을 위한 스포트라이트 시리즈’를 제공한다. 이들은 인공지능을 공개, 조사, 설명하는 책임이 언론에게 있음을 주지시킨다. 인공지능은 어디에 적용되고 있는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누가 피해를 입고 누가 이익을 얻는가? 언론이 인공지능 평가 보고서의 각주를 살피면서 던져야 할 질문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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