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국정기조 전환은 물론 각종 특검법 수용과 민생 등을 아우른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야당 대표와의 만남으로 주목된 영수회담은 이날 오후 2시쯤 용산 대통령실 2층 집무실에서 차담 형태로 이뤄졌다.
이 대표가 시간에 맞춰 집무실로 들어서자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윤 대통령은 문 앞으로 걸어 나와 악수로 이 대표를 맞이했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이 대표의 손을 꼭 잡은 윤 대통령은 “잘 계셨나. 선거운동에 고생 많았을 텐데 건강은 회복했나”라며 인사를 건네자 이 대표는 “아직 많이 피로하다. 고맙다”고 화답했다.
이어 함께 자리한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홍철호 정무수석·이도운 홍보수석과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박성준 수석대변인도 차가 놓인 원형 테이블에 착석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초청에 응해줘 고맙고 오늘 이렇게 용산에 와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게 돼 반갑고 기쁘다. 편하게 하고 싶은 말씀 달라”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는 안 주머니에서 A4용지를 꺼내며 “제가 대통령께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약 20분간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우선 “(국회부터 대통령실이)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데 700일이 걸렸다”며 “윤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개인적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의 성공이 국가와 국민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오늘 제가 드리는 말씀은 저의 입을 빌린 우리 국민의 뜻이다 이렇게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총선 결과에 대해 “민생의 어려움,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는 유능한 국정,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한 공정하고 상식적인 국정, 편 가르기나 탄압이 아닌 소통과 통합의 국정을 대통령과 여당에게 주문하셨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국민 25만 원 민생 지원금 ▲R&D예산 복원 등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 ▲각종 특검·특별법 적극 관심 ▲국회 공론화 특별위원회에서 의정갈등 해법 논의 ▲국회 존중·야당 국정파트너 인정을 요구했다.
또 ▲국정기조 전환 총선 민의 수용 ▲거부권 행사 유감 표명 ▲결혼·출산·양육·교육·취업을 아우르는 종합대책 수립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수급기본계획 재편 ▲국익 중심 실용 외교 등도 요청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국민을 두려워하고 존중한다면 대통령과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저희가 돕겠다”며 “정치라는 것이 추한 정쟁이 아니라 아름다운 경쟁일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 상대를 죽이지 않고 이길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평소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하실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자세한 말씀 감사하다”고 답한 뒤 비공개 회담으로 전환했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