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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온고지신] 삼전도의 치욕

 

고교시절, 이 역사를 읽고서 조선에는 세종 말고는 제대로 된 것들이 하나도 없었구나, 하고 중얼거리며 쌍욕을 했었다. 그 굴욕의 스토리를 오랫 동안 잊고 살았는데, 영화 ‘남한산성'이 상기시켜 주었다.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예'를 올리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잊을 수 없다.

 

조선의 임금이 저 높은 자리에 거만하게 앉아 있는 청나라 왕에게 절을 세 번 한다. 한번 할 때마다 이마로 땅바닥을 세 번씩 찍는다. 저질정치가 늘 국난의 원인이었다. 그 굴욕은 마치 a파가 b파의 어깨들과 아지트를 초토화시킨 뒤, 혹시나 남아 있을지 모르는 ‘깡다구’ 기질도 깡그리 유린하는 조폭세계의 인수합병 의식과 차이가 없다.

 

국가간 정치외교도 그렇다. 나라의 대표들이 참모들과 함께 국리민복을 위하여 헌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디어가 잠든 시간에 주먹 쎈 쪽의 마음대로 이미 결론을 내놓은 것이다. 점잖고 매끄러운 어휘들로 이루어진 문장으로 힘의 논리를 가리웠을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건달들의 법칙이다.

 

4.10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부정선거 논란이 없는 걸 보면, 윤패는 이길 것으로, 적어도 반타작은 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 같다. 한달이 지났다. 그 사이, 전에 없던 일들이 벌어졌다.

 

영수회담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5분만에 왔는데, 여기 오는데 700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모두 웃었지만, 웃자고 한 말이 아니었다. 실은 한방 먹인 것이다. 야당이 김건희를 수사하겠다고 압박하는 시간에 검찰이 명품뇌물 사건으로 그녀를 소환하겠다고 한다. ‘서초동파’가 코너로 몰리고 있다. 

 

총선 다음날 아침 일찍, "결과를 2년의 중간평가로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심기일전하겠다"고 했다면 기본 3점은 할 수 있었다. 본인은 잘못한 게 없다면서 장광설로 망언을 뿜어댔다. 민도는 최고인데, 정치는 최악이다. 그 위대한 씨알들에게 습관적으로 거짓말하고, 수시로 저급한 변명을 늘어놓고, 직무의 전문성이 없는 자파 인사를 고도의 역량을 요하는 자리에 앉혔다. 

 

윤석열은 지난 2년간 나라가 a부터 z까지 전반적으로 얼마나 심각하게 멍들었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거나, 모르는 것 같다. 모든 게 임기응변이다. 상식적인 사람들은 “이러다가 기업체 부도 나듯이 나라가 부도가 나면, 어쩌지? IMF식민통치를 또 받게 되는 것 아닌가?”, 하며 걱정하고 있다. 경제의 성과가 언제나 정치의 성패를 재는 최우선 기준이다.

 

국내정치 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국제정치다. 


윤석열은 미국 일본과의 관계만 좋으면, 국제관계는 그 이상 할 게 없다는 태도다. 실력이 없거나 정신이 없거나, 현대판 밀정이랄 수 있는 미국 일본의 로비스트들로부터 세뇌를 당하고 그대로 움직이는 게 분명하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나라가 중국 러시아와 좋게 지내던 시절에는 세계 6위의 무역강국이었다. 그런데 단기간에 중러관계는 회복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 


지금 미국과 일본은 윤석열에게 늘 웃으며 너 노래 잘한다, 너 정말 뭐 좀 안다, 하면서 마구 칭찬해준다. 3류 깍두기 취급당하고 있는 것이다.

 

美日은 점진적으로 우리나라를 회 처먹고 찜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으려는 ‘조폭’들이다. 그걸 모르고 저질외교를 지속한다면 자격이 없다. 영락없는 망국의 길이다. 알고도 모르는 척하면서 지속한다면, 무슨 고약한 거래가 있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

 

 

바이든과 기시다는 윤석열에게 애들 '빵셔틀' 비슷한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 시켜놓고 그걸로 각각 자신의 지지율 높이는 재료로 쓰고 있다. 그러면서도 뭘 제대로 된 걸 준 적이 한번도 없다. 그저 가지고 노는 것이다. 씨알들에게는 다 보인다. 분노와 치욕,우려의 나날이다. 그래서 3년은 길다,가 판을 뒤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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