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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의 예술엿보기] 대화가 필요해-Nora Hilb의 일러스트

일러스트도 예술인가?

 

일러스트는 처음에는 광고나 출판물의 내용을 보조하는 실용 디자인이어서 예술이라고 보지 않는 견해가 많았다. 그러나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같은 전시에 가보면 순수미술에 못지않은 감동과 공감을 부르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더구나 요즘의 컴퓨팅 신기술에 의하여 탄생하는 많은 이미지들의 퀄리티는 예술과 실용의 구분을 허물어뜨리고 있다.

 

오늘 소개할 내용은 어린이 그림책 일러스트로 잘 알려진 노라 힐브(Nora Hilb)의 대화하는 일러스트들로 필자의 블로그에서 단 하루에 800개 이상의 덧글이 달렸던 인기 있는 그림들이다.

 

5월 가정의 달에 진정으로 필요한 건 대화

 

겉보기에는 멀쩡한 것 같은 가정도 깊이 파고 들어가 보면 남모르는 고민을 가슴에 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고민들은 제3자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데 당사자에게는 너무 심각하고, 어떤 고민들은 너무 심각해서 두려워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대부분 현대인들에게는 눈에 보이는 문제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 정신, 갈등과 괴리감, 관계의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 같다.

 

가정의 달을 맞아 아이들에게, 부모님에게, 스승에게 선물을 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진정한 대화가 아닐까? 애정을 가지고 대화하는 순간만은 상대방에게 따뜻한 위로와 이해를 줄 수 있다. 그래서 대화를 하고 나면 얼었던 마음이 녹아내리고 굳었던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돌아섰던 마음이 다시 돌아앉게 된다.

 

단 한 번의 대화로 모든 문제를 치유할 수는 없고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자기 살기도 바쁜 요즘 누가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남을 위해 대화해 줄까 의심스럽지만 그렇게 대화해 주면 자신이 그런 막막한 처지가 되었을 때 분명히 누군가가 다가와 대화해 줄 것이다.

 

Nora Hilb의 그림을 보면서 대화란 저렇게 하는 거구나~ 하는 감동을 느꼈다. 그녀의 그림에서 독자들도 어른들이 어린이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Nora Hilb

 

Nora Hilb는 수많은 그림책의 일러스트를 그렸다. 그녀는 현재 아르헨티나에 살면서 세계 여러 곳의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고 있다.

 

그녀와 작업한 출판사는 아르헨티나의 Planeta, Sudamericana, Alfaguara, Aique, Atlantida, AZ, 스페인의 Edebe , Alfaguar, 미국의 Charlesbridge Publishing, Sandvik innovation, 스위스의 Sud Berlag, 캐나다의 Annick Press, Key Porter Books 등이다. 그녀가 주로 그린 유머와 부드러움을 지닌 동물 캐릭터를 통해 따뜻하게 대화하는 아빠와 아기, 엄마와 아기의 상황을 마음속으로 그려보자.

 

대화가 필요해~ 대화하는 가족들

 

대화를 할 때에는 서로 마주 보고 깊은 사랑을 나눠주어야 한다. 서로를 깊이 마주 본다면 눈이, 코가, 입술이, 볼이, 머리카락이..... 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래의 그림은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고 또 보았던 그림이다.

 

 

잠을 잘 때도 대화할 수 있다. 따뜻하게 껴안아주거나, 얼굴을 가슴에 묻거나, 팔베개를 해주면, 아이가 잘 표현하지 못했던 말을 가슴에 안겨 아빠에게, 엄마에게 체온으로 전해줄 것이다.

 

 

때로는 그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눈여겨 봐두었다가 꼭 필요한 때에 말없이 가져다주는 행동 하나가 더 깊이 있는 대화가 될 때도 있다.

 

 

아직 상대방이 마음을 열지 않을 때에는 마주 앉는 것보다는 옆에 앉아주는 것이 좋다. 나란히 앉는다는 것은 상대방을 가깝게 느끼면서도 평등하게 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나란히 앉아 부드럽게 얼굴을 돌려 쳐다봐주는 건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다.

 

 

개미핥기와 개미, 서로 잡아먹고 먹혀야 하는 관계이지만 때로는 이렇게 마주 보며 대화할 필요가 있다. 표정과 태도가 얼마나 진지한가 보라. 지긋지긋한 웬수 놈(?)과도 때로는 대화가 필요하다.  나는 이 그림을 국회로 보내고 싶다.^^

 

 

그리고 늘 약자라고 생각했던 상대방의 뒤를 쫓아서 그의 의견대로 묵묵히 따라 해봐 주는 것, 늘 순종만 강요하던 아빠였다면 때로는 아이가 하자는 대로 야구방망이를 들고 공원에 묵묵히 따라 나가주는 것, 어떤 대화보다는 훌륭한 대화이다.

 

 

때론 아이가 혼자 달음박질을 치고 싶어 한다. 너무 부끄러워서 숨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고 달음박질치도록 내버려두거나 숨을 곳을 찾아주는 것도 좋은 대화이다.

 

 

속상한 일이 있어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는 아이에게 자꾸 꼬치꼬치 묻지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냥 다가가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숨결을 느끼게 해주는 것. 엄마와 아빠가 가장 잘 해야 하는 대화이다. 아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그 시간을 존중하고 바라봐 주는 것 또한.

 

 

때로 아이는 달이나 인형과도 대화하고 싶어 한다. 아이가 잠들었다면 괜히 깨운다고 생각하지 말고 살살 들어가서 한 번쯤 얼굴을 쓰다듬어 주는 것. 정말 따뜻한 대화가 아닌가? 너무 바쁜 요즘의 아빠들에게 꼭 필요한 대화이다.

 

 

아이들을 위하여 동물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도 정말 좋은 일이다. 강아지, 고양이 등의 동물들과의 사랑 속에서 보호하고 보호받는다는 것을 아이들이 배우게 된다. 고양이의 애교와 개의 충직, 이 두 가지 모두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것이다.

 

 

겁이 많은 요즘 아이들, 비 내리고 컴컴한 밤, 천둥 치는 하늘과도 대화할 수 있다면 두려움이 변하여 새로운 이야기가 생길 것이다.

 

 

그림을 그리고, 종이를 접고, 인형놀이를 하고, 아빠가 태워주는 목마를 타고. 이런 일상의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그 모든 대상들과 대화를 한다. "해야ㅡ 이렇게 환하게 비쳐줘, 즐거운 아침이다~" "배야~ 멀리멀리 무사히 흘러가서 꼭 내 소식을 바다 건너편에 있는 친구에게 전해줘." "아가야, 이젠 잘 시간이야, 코~ 자야지?" "아빠, 내 키가 너무 커졌어요 헤헤헤~"

 

 

때론 너무 크고 낯설어서 두려운 존재 앞에서 누군가를 보호해야 할 때가 생긴다. 꼬옥~ 아이를, 아내를, 남편을, 애인을 껴안고 "걱정 마 아빠가 있으니까, 걱정 마 내가 있으니까."하고 용기 있게 이야기하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두려웠던 거대한 존재가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형과 동생은 놀리고 놀림당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그렇게 커간다. 그 모든 시간이 그들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대화의 시간이다.

 

 

큰 강과 같은 세상살이, 험난하고 깊은 강, 그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는 존재. 그 등에 타올라 있으면 안심이 되는 따뜻한 존재. 우리의 아이들에게 부모는, 형제는, 어른들은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끌어주고 밀어주고, 노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교육이다. 논다고, 맨날 놀기만 한다고 너무 야단치지 말고, 그 놀이 속에 숨겨진 대화와 교육을 이끌어 내어 보자.

 

 

책은 평생 동안 곁을 떠나지 않는 좋은 친구이다. 때로는 책 속에서 염소를 만나 대화를 하기도 하고 달님이나 별님을 만나 대화하기도 하고 수 만년 전에 살았던 옛날 사람과 만나 우우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원시인 울음소리로 대화하기도 한다.

 

 

모든 대화에는 진정함이 있어야 한다.

 

어떤가? 그녀의 그림에서 대화의 감동을 느꼈는지? 이 시대가 아무리 가볍고 말초적인 자극에 민감하다고 해도 우리의 가슴이 공허한 것은 진정한 사랑을 담은 깊이 있는 대화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만 더 시간을 내어, 자신의 가장 진실한 표정을 담아 우리 옆의 사람과 대화하여 보자.

 

[ 글 = SG디자인그룹대표. 시인 권은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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