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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스 생활] 범죄 가해자 서사 보도 말아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발생한 ‘교제 살인’ 사건에 대해 일부 언론은 가해자가 명문대생, 의대생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가해자가 과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보도한 언론도 많았다. 순식간에 ‘의대생 살인 사건’으로 사건이 명명되고 여론의 관심이 옮겨갔다. “여자친구 살해한 20대, 수능만점 의대생”, “수능만점 명문대 의대생, 강남 건물서 여자친구 살해” 등이 대표적이다.

 

한때 연인 사이에 발생하는 폭력을 ‘연인 간 폭력’, ‘데이트 폭력’이라고 불렀다.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물리적, 성적 폭력을 사랑싸움 정도로 가볍게 여긴 데에는 이런 명명이 일조했을 것이다. 연인 사이니까 어쩌다 다투는 일은 흔하다는 식의 편견이 쉽게 작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런 이유에서 다소 로맨틱하게 들리는 표현을 대신해서 ‘교제 폭력’으로 부르는 것이 낫다는 주장은 수긍할 만하다.

 

교제 폭력은 친밀한 사이의 연인을 대상으로 발생한다. 대부분 지속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폭력의 수위가 점점 커지기 쉽다. 최종에는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러나 현재 법은 폭행죄나 협박죄 등으로만 교제 폭력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반의사불벌죄라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

 

이번 강남역 교제 살인의 경우 사건 본질과 관계없는 가해자 신상 정보를 기사 제목에 쓰는 일이 허다했고, 기사 내용에는 “평범하고 조용한 모범생이었다”는 주변 평판을 쓴 경우까지 있었다. 가해자에 대한 모범생 프레임은 명문대 의대생으로 진학하기 위해 살면서 느꼈을 부담감과 통제, 강박을 분석하는 내용으로 연결됐다. 이러한 보도는 가해자의 면책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러니까 교제 폭력을 특정 개인의 일탈 정도로 축소시킨다는 점에서 보면 절대적으로 지양해야 한다.

 

교제 폭력의 특성상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으면 피해자를 찾아내기가 쉽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다. 사건 발생 이틀 후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피해자의 신상과 사진이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고인이 된 피해자를 향한 신상 털기 등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성명을 냈다. 언론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든, 가해자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일으키기 위한 목적이든 피해자를 중심에 두지 않은 채 보도하는 것은 사건 해결에 필요한 노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만약 후속 보도가 필요하다면 사건의 단순 재현이나 가해자를 중심에 둔 서사가 아니라 향후 대책과 사회 인식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정보이길 바란다. 교제 폭력 신고와 검거 현황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피해 현황은 증가하는데 교제 살인에 대한 국가통계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살인에 이르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제 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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