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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의 예술맛보기] 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

르누아르의 작품을 보면 그의 평범하고 평온한 아름다움과 평화가 깃들어 있고 사랑과 행복이 넘쳐 있어 언제나 기분이 좋다. 하지만 너무 명확한 르누아르의 행복이 때로는 마음에 가시처럼 걸리기도 한다.  

 

뭐랄까? 너무 평온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을 보면 더는 다가갈 수 없고, 더는 내가 존재할 틈 같은 게 없다는 느낌과 통한다고 할까? 오늘은 행복을 원하면서도 자신이 행복과 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르누아르의 행복한 그림을 감상해 보자.

 

일상의 행복

 

일상생활 속에서 찾는 행복이야말로 가장 진실된 행복이 아닐까? 가끔씩 떠나는 여행이나 외식과 같은 설렘이 적어도 당신이 매일 눈뜨고 생활하는 그 속에서 잔잔하고 평온한 행복감을 누린다면 그거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다.

 

그런 행복의 모습을 르누아르는 작품에 담고 싶어 했다.

 

 

환하고 반짝이는 빛 속에서 아라베스크 춤을 추고 있는 두 남녀, 르누아르가 표현한 춤에 대한 몇 작품에는 이와 같이 춤에 도취한 아름다운 연인들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춤추는 여자 주인공, 알린느가 이 작품에서는 다소 통통하나 미인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 그림을 본 당시의 친구들이 실제로 알린느를 보고는 통통이 아니라 지나치게 뚱뚱해 무척 실망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 작품은 시골 무도회와 짝을 이루는 춤에 대한 작품인 도시 무도회이다. 시골 무도회와 같은 사이즈의 작품이지만 대조적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시골과 도시라는 환경, 외부와 내부라는 위치, 선술집과 우아한 살롱이라는 장소, 차가운 색상과 따뜻한 색상의 대비, 활기찬 분위기와 정숙한 분위기, 자연적인 느낌과 인위적인 느낌.... 등 이렇게 대조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을 즐겼던 르누아르의 표현 감각을 맛보자.

 

 

아마도 르누아르 작품 중에서 가장 우리 눈에 익은 것이 바로 '피아노 치는 소녀들'일 것이다. 어릴 적 피아노 학원에 가면 이 그림이 하나쯤은 벽에 걸려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림의 색상이 화려하고 섬세하다. 이렇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소녀들은 당시 부르주아 계층의 소녀를 상징한다. 르누아르는 피아노 치는 소녀 그림을 총 6점 그렸다고 한다.

 

가족의 초상

 

누구에게나 가족은 목숨처럼 중요하다. 비록 가정적이지 못한 사람조차도, 아니 범죄자조차도 겉으로는 가족을 등한시하더라도 그 내면 깊은 곳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가족을 생각하면 왠지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에 습기가 고이는 것도 바로 가족이란 존재는 우리 삶의 근원이기 때문일 것이다.

 

르누아르는 무척 가정적인 가장이었다고 한다. 예술가로서는 보기 드문 좋은 남편에 좋은 아빠.... 그의 작품 속에 가족을 아끼는 르누아르의 마음이 담겨 있다.

 

 

1894년 둘째 아들 장이 태어났다. 그해 르누아르 부인의 먼 친척인 가브리엘이 가사 일을 돕기 위해 르누아르 집으로 왔다. 르누아르 작품에는 가브리엘을 그린 것이 꽤 눈에 띄는데 가브리엘은 그 후 오랜 기간 동안 아이들의 보모로서, 그림의 모델로서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그들과 살아왔다.

 

작품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며 돌보는 가브리엘의 표정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성애적인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르누아르가 얼마나 모성애적인 여성을 그리고 싶어 했는지도......

 

 

이 작품의 설명을 보니 갑자기 우리 조카들이 생각나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르누아르는 이 그림에서 아들을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니고 붉은색을 그리고 싶어 했다. 그래서 아들 끌로드 르누아르에게 이 옷을 입혀 모델이 되게 했는데 끝까지 흰 스타킹을 신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르누아르는 아들을 야단도 치기도 하고 선물을 사주겠다고도 하고 별의별 이야기를 다해서 그림을 완성했다고 한다. 표정에 이 옷을 입은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이 역력하다.

 

 

가정적인 르누아르가 예쁜 딸이 있었으면 하고 얼마나 원했을지 그의 소녀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민 귀여운 소녀들의 사랑스러운 모습. 특히 이 그림은 배경의 정원과 사선의 구도에 물조리개를 들고 서 있는 소녀의 푸른 벨벳(?)에 레이스 달린 공주 같은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여성의 이미지

 

르누아르 예술의 주요 테마 중 하나는 여인이다. 인물화가로 알려진 르누아르의 수많은 인물화 중에서 여인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드레스를 입은 여인, 꽃을 든 여인, 모자를 쓴 여인, 춤을 추는 여인, 휴식을 하고 있는 여인, 책을 읽는 여인, 목욕을 하는 여인, 바느질을 하는 여인, 피아노를 치는 여인 등등.

 

그의 작품에 나타난 여인을 통하여 당시의 사회상과 패션, 여인들의 태도와 자태를 엿볼 수 있다. 여인을 향한 그의 남다른 애정은 여성편력으로 나타나지 않고 온유하고 잔잔하며 행복하고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다.

 

 

르누아르의 여인을 그린 작품 중에서 나는 앙리오 부인이 가장 고결하고 여린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앙리오 부인은 코미디 프랑세즈의 여배우로 당시 파리 연극계의 최고 스타였다. 하늘거리는 소재의 드레스 속으로 살짝 비치는 그녀의 하얀 속살이 관능미를 풍기면서도 천박하지 않고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다.

 

 

보니에르 부인은 당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인 라르뷔데뒤몽드와 쥘블라에 기고하던 소설가이자 문학비평가인 로베르 드 보니에르의 부인이다. 이 여인 스타일은 한눈에 턱 봐도 르누아르가 아주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짤록한 개미허리에 창백한 피부, 보니에르 부인은 이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이 창백하게 보이길 원해서 작업이 시작하기 전에 두 손을 물에 담그고 있었다고 한다.

 

르누아르 취향의 여자들은 모두 통통하고, 굵은 다리와 풍만한 엉덩이, 육중한 팔뚝 등 그의 여성상은 풍만함과 혈기왕성함이었던 것 같다.

 

 

특히 르누아르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소품이 모자이다. 그는 실제로 모델에게 모자를 씌우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는 모자의 모양을 스스로 만들어 내어 그리기도 했다. 이 그림은 소녀를 그리기 위한 게 아니라 모자를 그리기 위한 것이었음이 명백하다.

 

욕녀와 누드

 

여인 그림의 연장선에서 생각하면 르누아르의 욕녀와 누드 또한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이다. 르누아르가 이렇게 목욕하는 여인이나 누드를 즐겨 그린 것은 그의 취향이 르네상스 시대에 나타난 이탈리아 고전주의 미술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누드화는 당시의 사회상이나 정치적 배경 등 어떤 것도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동시대보다는 고전미술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중 한 작품을 감상해 보자.

 

 

바로 이런 여인이 딱 르누아르 스타일이다 모델의 풍만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의도적으로 그린 그림이다. 건강한 이미지의 여인이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르누아르의 사고가 잘 나타나 있다.

 

르누아르와 그의 화상들

 

르누아르는 화상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였다. 르누아르와 가장 많은 거래를 한 화상은 폴 뒤랑-뤼엘인데 르누아르는 뒤랑-뤼엘과 그의 가족, 친지의 인물화를 많이 그렸다. 그중 한 작품을 감상해 보자.

 

 

풍경화와 정물화

 

르누아르가 인물화가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풍경화나 정물화는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실제로 작품을 봐도 인물화에 비하여 풍경화와 정물화는 단순하고 덜 매력적이다.

 

1860년대 그는 모네와 함께 야외에서 그림을 종종 그렸는데 당시 두 사람의 작품풍이 거의 유사했다. 그러나 모네가 지속적으로 풍경화를 위주로 그린 것에 비해 르누아르는 인물과 일상적인 삶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의 풍경화 두 점을 감상해 보자.

 

 

 

재미있는 감상이 되셨는지? 행복은 나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곁에 있어서 믿고 부르면 온다고 믿으며 즐겁게 보내는 하루가 되시길.

 

[ 글 = SG디자인그룹대표. 시인 권은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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