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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일의 오지랖] 누구에게나 생명은 소중하다

 

대학을 입학하자마자 군대에 갔었다. 그 당시 가정 형편도 어려웠고 젊은 시절의 치기어린 고민들을 회피하기 위한 도피처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강원도 모처에 위치한 훈련소를 퇴소하고 자대 배치를 받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때는 철책이 쳐진 해안가의 작은 부대였다.

 

군 복무를 마친 남성들은 공감하겠지만 신병이 부대에 들어오면 선임들의 장난과 관심을 동시에 받게 된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온갖 몹쓸 말들을 들어야 했고 육체적으로 힘들어야 했다. 그러나 육체적인 괴롭힘보다 더 마음이 힘들었던 것은 선임들의 말이었다. 어느 한 선임이 내게 말했었다. “너희는 돼지 새끼나 마찬가지야. 예전 시골에서 잔칫날 때려잡기 위해 사료 먹이고 물을 주는 거다. 너희도 다르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앞에 나가서 총알받이 하라고 밥 주고, 재워 주고, 옷도 주는 거다.” 나는 군대에 있는 동안 그 말이 계속 생각났다. 지금 생각해도 비참하고 모욕적인 말이다.

 

아마도 짐작컨대 국방의 의무를 마치기 위해 입대하는 청춘 대부분은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징집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군에 복무하는 기간 동안은 국가에서 더 보살피고 자존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징집된 젊은 청년들이 국방의 의무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군사적 강대국인 이유는 압도적 무기체계가 있기 때문이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참전 군인에 대한 예우가 각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금 우리사회의 중요한 이슈인 채 해병 순직 사건에 대한 처리 방식은 후진적이고 미개하다. 군 복무를 하기 위해 해병대에 지원한 젊은이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으면 여기에 걸 맞는 예우를 해야 하고 그 첫걸음은 사망의 원인과 책임자를 엄벌하는 일이다. 왜 이처럼 간단한 일을 하지 못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군의 통수권자이다. 통수권 아래에 있는 병사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원인과 처벌을 지시하고 채 해병 영정 앞에서 사과하면 될 일이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만약 내가 대통령이라면 채 해병의 가족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채 해병의 장례식을 엄숙하게 거행 해 줄 것이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제일 소중하다. 그건 채 해병과 그의 가족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군에 간 자식이 어떻게 사망했는지 감추려는 정부와 군대에 어떤 부모가 보내고 싶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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