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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코너] 나타나는 걸로도 충분하다

 

나는 퇴근하고 일주일에 3번은 꼭 헬스장을 가려고 한다. 그리고 갈 때마다 맨날 보이는 얼굴들이 있다. 이름도 모르는 그들을 본 지 벌써 1년이 넘어간다. 문득 매일 같이 헬스장에 오는 저 사람들이 너무나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나처럼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근무 시간이 자유로운 프리랜서? 학생? 저 둘은 친구일까 직장동료일까? 

 

그들을 보면서 우리의 일상 속에서 통제할 수 있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같은 장소에 계속 “나타나는” 것 같다.

 

그게 직장이 되었든 간에, 미팅이 되었든 간에, 헬스장이든 간에 매일매일 시간을 내서, 게으름을 극복하고 자리에 나타난다는 거, 이거 하나로 충분한 거 같다. 매일 나타난다는 건 노력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걸 포기하고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나 휴식에 대한 유혹을 참아야 하기 때문이다. 

 

꾸준히 나타나는 건 어떤 마법의 해결책도 아니고 지름길도 아니지만, 목표가 뭐가 됐던 그걸 향해 가는 유일한 방법인 듯하다. 우리는 점점 짧고 빠르게 모든 걸 해결하려 하고 승부를 보려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린 즉각적인 결과와 즉각적인 쾌감에 너무 많이 집중하는 거 같다.

 

바이럴에 집착하는 문화가 발달하면서 우리 또한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현상을 일상 속에서도 바라게 되는 거 같다. 나 또한 한 순간에, 순간의 계기로, 짧고 굵은 노력으로 지금과는 다르고,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한다. 그리고 기울인 노력에 비해 원했던 결과가 안 나오면 좌절하고 절망한다.

 

하지만 우린 이러한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의 성공을 예측하는 알고리즘 같은 건 없다. 단기적인 접근은 버리고 일관성이 가진 힘을 좀 더 믿어보자. 결국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일관성이다. 매일매일, 일어나서 씻고 옷 입고 준비해서 외출하고 나타나는 것.

 

설령 나의 실적이 형편없어도, 설령 그날 따라 집중도 안 되고 운동도 안 되더라도, 일단은 일관되게 나타나야 개선할 시간과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나타나야 나에게 성장할 기회가 생기고, 나타나야 나의 성장을 남들이 목격할 기회도 생긴다.

 

우리 인생에서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그것이 직업적 성취이든, 건강이든 혹은 즐거움을 위한 것이든 내가 원하는 장소에 매일, 혹은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것.

 

이게 비록 모든 걸 해결하는 정답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직장을 가고, 헬스장을 간다. 나를 비롯한 모든 “나타나는” 사람들에게 존경과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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