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무사히 번식에 성공해서 다행입니다.”
24일 이른 새벽부터 인천 중구 영종도로 발길이 모였다.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인 저어새 모니터링을 위해서다.
배를 타고 5분 정도 이동하자 자그마한 인공섬 ‘저어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태초의 자연을 본뜬 섬 한편으로 둥지와 함께 저어새들이 빼곡했다.
섬에 발을 디디자, 인기척을 느낀 몇몇은 빠르게 날개를 펼쳤다. 국립생태원 연구원들은 새끼 저어새 10마리를 잠시 데려오고자 조심스레 둥지로 향했다.
어미 새들은 새끼들을 두고 자리를 비켰다. 멀리 날아가지도 못한 채 인근 갯벌에 서서 가만히 바라봤다. 둥지에는 아직 회색의 보송한 아기와 흰색 옷을 갈아입은 지 얼마 안 된 청소년만 남았다.
태어난 지 30일 정도 된 10마리의 저어새를 납치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0분 남짓.
이들은 재빠르게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무게와 부리·날개·다리 길이 등을 세세히 기록한 뒤, 인식표와 위치추적기를 차례로 달았다.
인식표·위치추적기를 통해 생존율, 이동경로 등을 체크한다.
부리가 기형으로 태어난 새끼도 데려와 사진을 찍으면서 이리저리 확인했다.
이날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비롯해 대만야생조류학회, 타이장국립공원 관계자 등이 함께했다.
인천에서 태어난 저어새들은 대만·홍콩·일본 등으로 이동해 겨울을 보낸다.
영종에서는 수하암이 주번식지였는데, 제2준설토 투기장 공사 영향을 받자 인천해수청이 2019년 저어도를 조성했다.
지난해에는 너구리, 수리부엉이 등 천적의 습격으로 새끼들의 울음소리가 멈췄었다.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상임이사는 “30일 정도 된 새끼가 40~50마리 정도 있어야 하는데, 초기에 수리부엉이 습격이 있던 거 같다”며 “현재 25마리다. 수리부엉이의 번식이 끝나 추가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끼 저어새들이 토해낸 토사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기도 했다.
저어새는 긴 부리를 물속에 넣고 휘저으며 물고기를 사냥한다. 연구원들은 이때 어미 새가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새끼 새에게 전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침울한 분위기도 잠시 운북동 일대에서 새로운 번식지를 찾았다는 기쁜 소식이 날아왔다.
홍소산 영종환경연합 대표는 “약 80마리가 머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조만간 국립생태원과 함께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