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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농담] 공정위 vs 쿠팡, 내가 피해자인 싸움은 재미없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게 싸움 구경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피해자가 아닐 때 이야기다.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쿠팡 간 싸움이 본격화되었다. 공정위와 쿠팡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를 지켜보자니 여간 껄끄럽지 않다. 그도 그럴 게 국내 유통업계 1위 사업자로 올라선 쿠팡은 이미 3천만 명 이상의 국내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지 않은가.

 

공정위와 쿠팡의 오랜 다툼의 역사는 다시 한번, 역대급의 과징금과 함께 불이 붙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에 잠정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유통업체에 부과한 역대 과징금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사 상품을 상단에 고정 노출하고, 임직원을 동원하여 구매 후기를 작성하도록 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해왔다고 보았다. 쿠팡에 입점한 일반 사업자와의 공정한 경쟁과 소비자 후생을 저해했다는 것이다.

 

제재 결정을 발표하는 44쪽에 걸친 보도자료는 공정위가 고려한 근거들, 즉 쿠팡의 내부 자료와 소비자들의 구매 후기, 입점 사업자의 문의와 쿠팡의 답변 등을 정리하여 보여준다. 일례로, 쿠팡은 그간 임직원으로 구성된 ‘체험단’을 동원하여 자사 상품에 우호적인 구매 후기를 남겨왔다. 이는 다른 입점 사업자에게는 금지된다고 안내해 온 행위다. 이를 두고 공정위는 체험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아마존과 비교하며, “아마존조차도 일반 소비자가 아닌 임직원으로 하여금 구매 후기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지는 않”다고 언급한다.

 

공정위의 제재에 쿠팡은 즉각 입장을 발표하였다. 제재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듯 하나 기실 공정위에 화가 단단히 난 듯하다. 이번 제재 탓에 로켓배송 서비스의 유지와 약속했던 전 국민 100% 무료 배송을 위한 투자 모두 어려워졌다는 게 쿠팡의 입장이다. 소비자에게 제공되어오던 서비스마저 철회할 수 있다는 쿠팡의 발언에서 소비자와 영세 사업자는 느닷없이 볼모로 붙잡힌 신세다.

 

그들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해 온 국내 3천만 소비자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자. 그간 눈 뜨고 코 베여 왔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이 싸움, 영 재미가 없다.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앞으로 이 서비스 계속 써도 괜찮은 건가. 이번 논쟁이 정말 ‘싸움’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 건설적 대화의 중심에는 당연히 소비자와 영세 사업자들이 자리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제재의 결과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과와 무관하게 쿠팡 그리고 여타 플랫폼 사업자가 진실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자사 알고리즘이라고 몰래 유리하게 바꾸고 이용하다가 소비자도, 입점사도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소비자가 궁금한 건 과징금이 과다한지, 쿠팡이 유달리 미움받고 있는지가 아니다. 그래서 쿠팡 알고리즘을 믿어도 되는가? 쿠팡은 여기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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