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라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높은 기온와 습도로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치는 요즘. 무거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시원하게 힐링할 수 있는 바다 그림과 통쾌한 바다낚시 그림을 소개하고자 한다.
Susi Galloway
스위스에서 태어나 자란 Galloway(갤로웨이)는 15세부터 문양 아트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그녀는 슈미트 가문을 비롯한 여러 귀족 가문과 기업, 협회, 교회의 문장을 디자인했다. 당시 초현실주의자였던 스승에게 영감을 받아 문양 디자인에서 Fine Art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녀의 작품에는 고대 미술의 마음을 홀리는 듯한 매력과 일루전, 활기찬 컬러와 아름다운 경치, 그리고 유니크한 관점 등이 잘 나타나있다. 수많은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현재는 미국 아이다주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꽃, 판타지 세상, 랜드마크, 트로피컬 풍광 등 다양한 소재를 보여주고 있는데 날씨도 덥고 하니 오늘은 갤러웨이의 시원한 바다 풍경을 감상해보자.
바다 이야기
바다에 갈 때마다 바다는 신이 인간에게 준 길고 깊은 호흡이며 축복이란 생각이 든다.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답답하고 어지러운 생각들과 고민이 쌓였을 때 출렁거리는 바다 앞에 서서 날숨으로 휴우~ 내쉬어 버리고나면 가슴 한가득 시원하고, 넓고, 깊고, 아름다운 청량한 에너지를 들숨으로 가득 담는 곳이 바다다.
Watching clouds(구름감상)
이 그림은 그녀의 바다 그림 중에서 가장 편안하고 잘 알려진 그림이다. 하얀 썬 베드에 앉아 파란 바다와 하늘, 둥둥 떠 있는 흰 구름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설렘을 아는가?
조금씩 철썩거리며 밀려왔다 밀려가는 풋사랑에 대한 그리움 같은 파도 소리와 저기~ 헤어진 사랑처럼 어디론가 멀리 둥둥 떠나가는 배 속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상상하는 가운데 옆 사람이 가져다주는 얼음 둥둥 띄운 레모네이드를 마시는 기분.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바다가 아니라 조용하고 고즈넉한 바다를 꿈꾸는 우리들의 바람이 이 그림 속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저기 머리 뒤로 손깍지를 끼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의 뒷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아~ 갑자기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지?
Nap on the beach(해변에서의 낮잠)
갈매기가 끼룩거리며 파도가 찰싹거리는 바닷가, 부드럽고 따뜻한 모래사장에 파라솔로 만든 그늘에 잠시 누워보자. 바닷바람이 솔솔 분다. 살살 졸음이 온다. 파란 하늘이 자꾸 감기는 눈꺼풀 속에서 보였다 사라졌다 한다.
아무도 깨우지 않고 그냥 시간이 정지된 듯 꿈인지 생시인지 아련한 모습들이 보인다. 아내가 살며시 다가와 입을 맞추고, 아이들이 주위를 빙빙 돌며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꿈결처럼 들려오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옛 고향 친구가 시원한 맥주 한잔 들고 옆으로 다가온다. 이런 꿈, 아름다운 꿈을 이 바닷가에서 선잠 들며 꾸고 싶어진다.
Noon at the beach(해변의 오후)
평온하고 한산한 바닷가의 오후가 저물고 있다. 쨍쨍이던 햇볕이 조금 수그러들고 바닷가에는 빈 파라솔 그늘의 키가 점점 길어지고, 숙소로 들어간 사람들은 방 안에서 맛있는 저녁을 준비를 하느라 즐거운 오후~ 무료하고 졸린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문 앞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그리스 풍의 하얀 집들 사이 계단 옆에 놓인 화려한 여름꽃이 흐드러지게 핀 화병까지. 이런 곳에서 여름휴가 보내고 싶다. 아함~
a different point of view(다른 관점)
바다에 걸쳐 있는 구름, 구름 낀 수평선을 향해가는 배 한 척, 그리고 수평선 너머 둥글게 떠오르는 초록색은 뭘까? 산일까? 별일까? 아무리 그림을 보면서 상상해 봐도 아하~ 하는 게 떠오르질 않는다. 그게 무엇이든 그건 독자들에게 맡기고 이런 환상적인 분위기에 젖어 보시길 바란다. 많은 분들이 이건 달인 것 같다고 한다. 초록색 달이라..... 새롭고 멋지다.
mill on top of the world(세계 정상의 방앗간)
바닷가 산꼭대기에 있는 물방앗간.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라서 느낌이 독특하다. 바람에 따라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면서 제분기를 돌린다. 바닷가에 이렇게 풍차나 물레방앗간처럼 바람을 이용하여 생산적인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바람을 이용하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름다운 풍차, 아름다운 등대..... 두근거리는 추억이나 돌이킬 수 없는 과거, 첫 경험 같은 것을 간직하고 있을 듯한 곳이다. 저 하얀 방앗간 속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 언덕 아래로 여전히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고, 배가 두둥실 떠가고 이런 곳에서 일하는 방앗간 총각은 어떻게 생겼을까 상상이 되는 곳!
pink flamingo(핑크 플라맹고)
이국적인 풍경이다. 바닷가에 줄지어 서있는 팜트리도, 또 날개를 접고 잠이 든 핑크색 플라멩코도.... 비취색 바다가 잔잔하다. 나도 이 그림을 보고 있자니 플라멩코처럼 졸음이 몰려온다.
sailboat in stormy sea(폭풍우 몰아치는 바다의 돛단배)
언제나 바다가 잔잔하고 푸근한 것만은 아니다. 때로 바다는 너무 거칠고 사나워서 바다 앞에 서는 것이 두렵다. 거친 파도와 싸워본 어부만이 알 수 있는 바다의 횡포,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고,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거대한 바다가 분노를 드러낼 때 속수무책의 상황 속에서는 세상에 인간처럼 작고 보잘것 없는 존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잔잔하던 바다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거칠어지면 평온하던 배가 너무 위험하다.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소요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폭풍은 언젠가는 잠잠해진다. 잠잠해지기까지 견디는 자가 살아남는다.
storm on the move(이동중인 폭풍)
먹구름이 하얗고 뭉실뭉실한 구름을 몰아내고 해변을 장악하려고 한다. 갈매기들이 깜짝 놀라 후드득 날고, 몰아치는 바람에 팜트리가 정신없이 흔들린다. 마치 고요했던 내 마음속에 선한 생각과 악한 생각이 힘을 겨루며 싸우고 있는 느낌이 든다.
검은 구름과 흰구름 중 어느 쪽이 밀려날까? 때론 먹구름이 온 바다를 장악해서 암울하고 힘겹고 어둡고 춥다. 때론 흰 구름과 푸른 하늘이 먹구름과 바람을 몰아내고 다시 평온하고 넓고 환하고 따뜻해진다. 그렇게 평온이 찾아오면 어디선가 사라졌던 새들이 날아오고 보이지 않던 배들이 떠다니고 꼭꼭 숨었던 사람들이 나타난다.
사람도 그런 것 같다. 먹구름이 잔뜩 낀 사람에게는 아무도 없다.
낚시이야기
무엇을 낚는다는 것처럼 즐거운 일도 드물다. 특히 목표를 정하고 저 물고기를 낚아야지 했는데 딱 낚였을 때의 쾌감! 이제 그녀의 그림 속에서 멋지고 신나는 바다낚시를 즐겨보자. 아래의 그림들은 모두 바하마에서의 낚시를 소재로 그려진 그림들이다.
fishing in the Bahamas(바하마에서의 낚시)
아름다운 바하마 바닷속. 해가 저물고 달과 별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저녁 즈음 호화 유람선에서는 아름다운 실내악 선율이 울려 퍼지고 휘영청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닷속에는 거대한 물고기들이 득실거린다.
fishing in the Bahamas(바하마에서의 낚시)
가만히 있을 수야 없지. 낚시를 드리워 물고기를 잡기로 했다. 미끼를 낚싯바늘에 끼워 밑으로 내리고 물기를 기다리는 낚시꾼은 상상이나 했을까? 아래에 이렇게 큰 물고기들이 모여들어 낚시바늘을 물어 채려 하는 것을...
물고기가 바늘을 무는 순간 낚시꾼이 오히려 바닷속으로 끌려들어 갈 것 같은 위험천만의 느낌까지 든다. 큰 물고기가 낚였을 때 낚싯대를 채면 챙~! 하면서 줄이 팽팽해지고 그때부터 물고기와 낚시꾼의 긴장감 도는 싸움이 시작된다. 물고기를 제어하지 못하면 물고기를 잡을 수 없다.
fishing in the Bahamas(바하마에서의 낚시)
낚시를 하면 이런 광경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팔뚝만 한 물고기들이 파드득 물 위로 뛰어 오르며 약올리는(?) 모습. 아무래도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 포기하려던 낚시꾼들도 이 모습을 보면 다시 낚싯대를 고쳐잡게 된다. 바다는 이렇게 수많은 생명을 그 속에 담고 있어서 잠잠하게 있어도 힘이 넘치는 것 같다. 올여름에는 바다낚시 한번 가보는 것이 어떨지?
fishing in the Bahamas(바하마에서의 낚시)
팽~ 물었다!! 낚싯대를 당기자 크게 포물선을 그리는 낚싯대. 대어가 낚였다. 퍼드득거리는 소리에 갈매기들이 더 수선을 떤다. 낚시꾼은 신나서 정신을 못 차린다. 이제 꺼내는 일이 남았다.
fishing in the Bahamas(바하마에서의 낚시)
너무 큰 물고기가 물려서 좀처럼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낚시꾼은 30분째 고기를 끌어올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 이제부터는 낚시꾼의 힘과 기술이 관건이다. 먼저 체력으로 버텨서 물고기를 이겨야 한다. 물고기가 머리를 반대 방향으로 틀고 가면 이미 물고기에게 제어를 당한 거다.
건지기 어렵다. 이렇게 물고기의 머리가 배 쪽으로 향하게 하고 자꾸 아가미를 물 위로 올라오도록 해서 공기를 마시게 해야 물고기가 제어된다. 이 그림의 낚시꾼은 역시 꾼~이다. 노련하게 물고기를 제압하고 있다.
fishing in the Bahamas(바하마에서의 낚시)
하하하~ 드디어 끌어올렸다. 이놈 하나면 오늘은 포식이다. 낚시꾼의 만면에 미소가 흐른다. 이렇게 기력을 다해 대어를 낚고 나면 낚시꾼도 기진맥진해져서 이제 더 이상 잡을 수가 없다. 배가 뭍으로 향하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며 요리 준비를 하고 있는 곳으로.......
수시 갤러웨이의 바다 그림을 보고 어떻게 좀 마음이 시원해지셨는지? 꼭 명화를 심오하게 감상하지 않고도 그림은 때로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것들도 대리만족하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는 거 기억해 주시길!
[글=권은경. SG디자인그룹대표.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