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는 얼마나 많은 현안이 쌓여있을까.
항상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서 있는 인천. 현안을 풀기 위해 정치력을 하나로 모으거나, 정부와 소통에 나서기도 한다.
이때 인천시민의 염원을 보여주고자 꺼내 드는 카드는 ‘서명운동’이다.
각종 서명운동이 인천 곳곳을 휩쓸고 있다. 그만큼 시민들의 의지 피력까지 필요한 현안들이 가득한 셈이다.
하지만 서명운동을 펼쳤던 각종 사안의 끝맺음은 어땠을까. 최근 서명운동 사안들을 차근차근 짚어본다.
지난해 300만 명 인천시민 중 3분의 1이 참여한 서명운동이 있다.
바로 범시민 100만 서명운동이다. ‘2025 APEC 정상회의·인천고등법원·해사전문법원 인천 유치’를 위해 지난해 5월부터 3개월간 대대적으로 전개됐다.
그 결과 111만 160명이 참여했고, 국회와 외교부·법원행정처 등 관련부처 및 유관기관 등에 전달됐다.
그러나 돌아온 건 쓰디쓴 실패였다.
지난 5월 7일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해사전문법원과 인천고등법원 설치의 마지막 기회였다. 해사법원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인천고등법원은 심사까지 갔으나 해사법원 설치 지역을 정하지 않으면 고등법원도 결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발목이 잡혔다.
결국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둘 다 자동폐기 절차를 밟았다.
인천시는 숙원사업을 다시 이어갈 생각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유정복 시장은 인천고등법원·해사법원 설치 등을 약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나마 APEC 정상회의 인천 유치는 간신히 숟가락만 올렸다.
지난달 20일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가 개최지를 경상북도 경주시로 건의키로 의결했다. 다음날 유정복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나쁜 결정”이라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반발이 이어지자, 준비위는 지난달 27일 경북 경주시를 비롯해 후보 도시였던 인천시와 제주도에서 각종 회의를 분산 개최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일단 분산개최로 반쪽도 안 되는 성과를 얻은 셈이다.
조건은 충족했는데, 감감무소식인 사안도 있다.
지난해 4월 정의당 인천시당과 인천지역 시민·노동·정당·종교 등 46개 단체가 모여 ‘청소년 무상교통 및 인천시민 3만 원 프리패스 조례제정운동본부’를 발족해 주민 조례 발의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아무 소식이 없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I-패스가 시행되면서 무상교통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태기 때문이다.
끝이 좌절만 있는 건 아니다. 시민들의 힘을 모아 성공으로 이끌기도 했다.
강화군은 많은 문화재로 건축 및 각종 개발행위가 제한돼왔다. 2014년 인천시에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축소를 건의했으나 불발됐고 2022년 다시 축소를 건의했다. 범군민 서명운동으로 모은 강화군민 1만 600여 명의 서명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달 인천시 지정 문화유산 보존지역 범위가 20년 만에 대폭 완화되는 결과를 맞았다.
올해도 인천 곳곳에서 서명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서명운동에 현재까지 22만여 명이 참여했다. 22대 국회에서도 다시 발의된 만큼 시민들의 염원을 기반으로 범시민협의회는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뜨거운 감자인 서울5호선 검단·김포 연장 서명운동에는 오프라인 1만 1684명·온라인 1225명 등 1만 2910명의 주민이 동참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국제스케이트장 서구 유치 의지를 보이고자 서명을 모으고 있으며, 북부문화예술회관 유치를 위해 서구와 계양구 주민들이 치열한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