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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코너] 변화에 어설픈 우정

 

우리의 삶의 풍경은 코로나의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덜란드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부모님이 계신 서울로 이주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사람 관계는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때로는 단절되는지도 깨닫게 됐다.

 

네덜란드에서 나의 일상은 즉흥적인 만남으로 가득했다. 수업 후 커피 한잔, 스터디 모임, 그룹 과제로 만난 친구들과 점심 한 끼. 그러나 코로나가 터지면서 계획에도 없던 서울로의 귀환과 함께 사회적 격리 방침으로 인해 시끄러웠던 일상은 조용해졌고 즉흥적인 만남과 교류는 먼 추억처럼 느껴졌다.

 

서울에서 새 직장을 시작하면서 얻은 새로운 만남은 사회 초년생인 나의 고독을 달래 주었지만, 성인이 되고 나니 어렵게나마 얻은 이 우정도 학생 시절 때처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됐다. 하지만, 이 새로운 인연들도 성인의 삶이 요구하는 많은 요소에서 제약을 받았고 모든 만남은 신중하게 계획되어야 했다.

 

또한, SNS의 과의존으로 인해 인간관계가 한층 더 복잡해진 거 같다. 표면적으로는 SNS는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느끼는 고립감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남들 일상의 하이라이트가 그들의 일상처럼 비치고 이에 따라 우리는 상대적 소외감을 느낀다. 누구는 일본, 누구는 런던 한 달 살기, 누구는 마라톤, 누구는 결혼 준비. 밀리고 밀린 근황 업데이트에 만나기도 전에 벌써 지치기도 한다.

 

여건이 된다면 누구나 유학이나 해외 거주를 선택하는 거 같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친구 관계가 많이 흔들리고 있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만남이 이제는 꼼꼼히 계획된 일정으로 바뀌었고, 걸고 싶은 간단한 전화조차도 서로 일정을 조율하고 시차를 고려하며 계획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느끼는 소통과 교류에 대한 본능적인 갈망은 여전하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새롭게 변하는 인간관계 모습을 수용하고 어떤 형태로든 일상에서 타인들과의 연결점을 찾는 것이다.

 

새로운 공동체를 통해서든, 오래된 친구들과의 재회든, 우연한 만남이든, 단절과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한 삶에서 의미 있는 관계를 찾고 가꾸려는 우리의 의지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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