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음이 우리 쪽인지 북한인지 모를 지경이에요.”
지난 16일 찾은 인천 강화군 양사면 강화평화전망대는 소음 범벅이었다. ‘9·19 군사합의’ 안전핀이 뽑힌 뒤로, 접경지는 기괴한 아우성이 끊이질 않는다.
몇몇 방문객은 소리의 진원지를 찾고자 귀를 기울였으나, 확성기가 내뱉는 소리는 뒤섞여 알아들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가끔 경쾌한 박자가 선명해지면 우리나라 노래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이 상황 속에도 그리움은 여전하다. 추석을 맞아 강화평화전망대를 찾은 한 노인은 뒷짐을 진 채 하염없이 바다 건너를 바라봤다.
전망대는 최북단으로 추석인 만큼 실향민들과 그 자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망대를 방문한 조유정(50) 씨는 “전쟁 때 아버지가 북한에서 내려와 이번 추석에 방문하게 됐다”며 “요즘 오물풍선에 확성기까지 다시 갈등이 깊어져 슬프다. 시 차원에서라도 평화도시로 나아가는 방안을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쓰레기(오물) 풍선 살포는 5월 28일 1차 이후, 20차례를 넘어갔다. 여기에 남북 모두 확성기 방송을 통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6년 전, 한반도에는 평화의 물결이 흘렀다.
지난 2018년 ‘9·19평양공동선언’이 평양에서 체결됐고,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와 철도·도로 구축 등 남북경제협력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인천시도 발맞춰 평화도시 조성에 힘을 실었다.
시는 2021년 ‘평화도시 조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시 남북평화정책의 근간으로 5년마다 수립되는데, ‘평화정착, 남북화합의 중심도시’를 목표로 4대 전략·4대 원칙을 세웠다.
이에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서해평화특별기간 운영 ▲평화 통일 공감 형성사업 추진 ▲한강하구 공동이용 ▲서해5도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을 위한 기반 조성 ▲황해평화포럼 운영 등 6개 핵심사업을 포함, 18개 세부 사업도 마련했다.
남북관계가 악화한 지금은 좀처럼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서해평화특별기간은 2021년 이후 감감무소식이고, 지난해까지 열렸던 황해평화포럼은 올해 문을 닫았다.
특히 북한과 대화가 필요한 한강하구 공동이용, 서해5도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 등 핵심사업은 답 없이 막막하다.
손에 남은 건 ‘평화 통일 공감 형성사업’ 뿐이다.
올해 시는 공모를 통해 ‘인천상륙작전과 접경지 답사를 통한 통일 공감’, ‘나라사랑 통일공감 운동’ 2개 사업을 선정했고, 모두 4400만 원을 지원했다.
앞길은 캄캄한데, 평화도시 조성 기본계획 기간이 끝을 보인다. 슬슬 새판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시 관계자는 “교류가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진행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평화도시 조성 기본계획은 내년에 준비해 2026년 수립할 예정이다. 아직 기본계획 수립 관련 따로 검토 중인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18일 유정복 인천시장도 접경지역인 강화군 송해면 일대를 방문, 소음방송을 직접 청취하고 쓰레기 풍선 낙하 처리 대응 상황을 확인했다.
시는 주민들의 소음피해 상황을 행정안전부와 국방부에 보고하는 한편 정상적인 정주 여건이 될 수 있도록 주민피해 최소화 방안 등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