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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한강 천년뱃길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춘천시 경계를 흐르는 북한강은 가평제1경인 청평호반에 잠시 머물러 질곡의 근현대사를 반추하게 된다. 북한강 역사 천년세월 동안 세곡과 축산, 자재를 운반하고 연인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조선 수상교통문화의 중심지였다. 금강산 금강천에서 발원하여 춘천 소양강, 가평 가평천과 합수하며 청평호반에서 잠시 머물다가 양평 두물머리에서 남한강과 하나되어 팔당에서부터 한강이 된다.

 

 

기나긴 역사 속 굽이굽이 물길마다 독특한 나루터들이 명멸했다.자라목에서 대성리까지 강변 나루터의 흔적이 남아있어 명징했던 근현대 수상교통문화 실록을 증명해 주고 있다.북한강 전통 수상교통문화가 배어 있는 아름다운 풍광이 옛 문헌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다산은 1820년 3월 북한강을 거슬러 춘천을 여행 한 후 남긴 '천우기행(穿牛紀行)'에 '청평마을, 청산이 홀연 배 한척을 토해 내누나'라는 시를 썼다.

 

달전 안반지, 금대나루, 복장포구, 송산 물미나루, 선촌 어리실, 사룡 자잠나루, 고성 양진나루, 대성 대승나루는 가평지역 북한강 유역 주요 배터였다. 일제강점기 후반까지 소.돼지를 실어 나르는 축산배, 농사짓기 위해 농사배가 수시로 왕래했다.중일전쟁 발발 직후 청평댐이 들어선 황공탄 나루 부근 물길에는 똑딱선과 통통배라고 하는 소박한 배가 분주하게 왕래했다고 한다.

 

기실, 태평양전쟁 와중에 일제는 전쟁물자를 수탈하기위해 조선의 육상교통로를 개발했다. 인천-서울-가평-춘천으로 이어지는 경춘국도와 서울-춘천 간 경춘철도를 건설했다.  이어서 중일전쟁이 시작되자 인천 군수공장에 전기를 공급히기 위해 청평댐을 건설함으로서 북한강 뱃길은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뱃길이 끊어진 청평호반애서  곤고한 삶을 영위하던 뱃사공들이 뱃길을 다시 태어나게 했다. 육상교통이 어려운 고성 양진나루에서부터 선촌 자잠나루, 송산 물미나루를 잇는 여객선을 운항히기 시작한 것이다.

 

중력식 청평댐 장벽으로 인해 서울로 이어지는 뱃길은 끊어졌지만, 청평호반에서 새로운 수상교통문화가 끊임없이 흐르게 되었다. 이제는 질곡의 근현대사를 극복하고 신개념 관광상품 생산의 기회로 삼아 북한강 청평호반이 미래발전을 구상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시대조류에 따라 인류문명도 변하듯, 일제에 의해 소멸되었던 북한강 수상교통문화를 스마트하게 되살려 보는 작업은 참으로 보람된 일이기 떄문이다.

 

전국 방방곡곡, 강마다 독특한 풍류와 사연이 깃든 스토리텔링이 존재한다. 언필칭, 낙동강에는 처녀 뱃사공, 소양강에 소양강처녀, 섬진강에는 박목월의 나그네, 대동강에는 을밀대, 두만강 푸른물, 한강에는 여민 가슴에 출렁이는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가평군이 가지고 있는 미래자산 북한강에는 이렇듯 지역의 독특한 자긍심과 사랑과 추억을 이어가는 수상교통의 역사문화가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북한강 질곡의 근현대사는 이제 저 맑은 청평호반 강물에 깨끗이 씻어버리고 오욕의 강을 건너 사랑의 뱃길 수상문화를 만들어 가야한다. 강자의 힘에 의해 끊어졌던 북한강 천년뱃길, 다시금 광활한 담수호로 부활한 청평호반의 정취가 신세대 사랑의 수상관광지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조용하게 수면을 미끄러지는 전기 여객선 뱃머리에 걸터 앉아 음유시인의 가락을 조용히 음미해 본다. 굽이굽이 북한강변 산책길에서 청평호반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북한강 물길따라수면위에 펼쳐지는 형형색색 만산홍엽 단풍의 조화, 사랑이야기를 담은 나루터, 풍성한 추억이 깃든 강변고을을 바라보는 것은 더욱 큰 행복이다.

 

북한강이 잠시 머무는 '가평 제1경 청평호반', 궁핍한 시대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더 뱃사공들의 수상교통 문화가 끊임없이 흐른다. 이 청평호반을 기반으로 지역경제를 살리는 가평군 천년뱃길 복원사업이 성공하도록 하자. 그리하여 군민들의 곳간을 채울만한 수상레저산업이 더욱 활성화 되도록 하자.

 

북한강 천년세월을 지켜온 뱃사공들의 땀방울이 신선봉 달빛아래 옥구슬처럼 빛나는 청평호반, 그 수상교통문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조심스레 넘겨보는 것도 값진 추억꺼리가 될 것이다.

 

[ 경기신문 = 김영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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