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년층의 장기 실업률 등의 원인이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늘려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결론인데, 실질적인 대책은 없는 듯해 아쉬움이 크다.
우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실업률을 살펴보자. 통계청은 8월 실업자가 56만4000명으로, 이 중 구직기간 6개월을 넘긴 ‘장기백수’는 20.0%인 11만3000명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장기실업자는 25년만에 최고 수준이며, 올해 3월부터 6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8월 전체 실업자 수는 이전보다 감소해 1.9%를 기록했다. 즉, 실업률은 역대 최저, 장기실업자 수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셈이다.
두 번째로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난해 지역별 청년인구(15~29세) 순이동 수의 경우,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하면 대전과 세종 지역만 청년인구가 유입됐고, 반대로 강원도를 비롯한 다른 지역은 청년인구가 순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강원지역에서 유출된 청년인구는 3949명으로, 이는 전년동월보다 23.4% 늘어난 규모로 확인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이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일자리의 양적 공급보다는 질적 수준 차원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적지 않은 청년인구가 지역을 떠나는 상황에서 인력양성을 통한 지역혁신 이룩은 무의미하며, 청년인구의 이탈이 늘어나면 혁신 동력이 상실될 거라고 경고했다.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가 결국 폐업에 이른 2030세대 자영업자 규모를 보면 심각성은 더 크다.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공개한 국세청 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개인사업자 중 폐업률은 9.5%이며, 이 중 20대의 폐업률은 20.4%로 가장 높았다. 30대 폐업률은 두 번째로 높은 14.2%였다. 창업에 나선 사회초년생인 2030세대가 불황과 경쟁 속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폐업하지 않고 사업을 운영하더라도 소득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는 더 많았다. 2022년 국세청 개인사업자 종합소득세 신고분 1146만4368건 중 75.1%인 860만9018건은 연간 소득이 1200만원 미만, 월소득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소득이 전혀 없다고 신고한 경우는 94만4250건으로 8.2%에 달했다. 회사가 싫거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결국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 셈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하나같이 ‘양질의 일자리 공급’을 꼽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가지 해결책을 ‘양질의 일자리’라는 한 마디에 모두 우겨넣고 있는 건 아니냐고. 양질의 일자리란 높은 월급과 워라밸, 안정된 고용형태가 보장되는 개념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겨우 1만원을 넘긴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감안한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양질의 일자리’와 현실의 그것은 너무나 다른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 아득한 환상처럼 느껴지는 ‘양질의 일자리’ 말고 피부로 느낄 만한 구체적인 대안을 원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까. ‘실업’의 고통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점점 크게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