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약품의 아토피 치료제 ‘유토마외용액 2%’에 대한 품목 허가 과정에서 지난 2012년 제출된 시험성적서가 허위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경인식약청)이 5년 뒤인 2017년 실시한 특별약사감시에서도 같은 시험성적서가 허위로 판명되면서 식약처의 관리 감독 부실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문제가 된 것은 영진약품이 제출한 시험성적서에 기재된 '기준 및 시험 방법'(이하 기시법)이다. 중성지방을 검사하는 방법에서 물에 녹여 시료를 준비한다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포함돼 있었음에도 식약처는 이를 검토 없이 허가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영진약품은 ‘유토마외용액 2%’ 주성분의 트리글리세라이드(중성지방) 함량을 측정하기 위해 실제와는 다른 물질을 표준품으로 신고했다. 이 물질은 트리글리세라이드와 이름이 유사한 엉뚱한 성분(트리글리세라이드 리에전트 공급사 카타로그 번호 T2449, 효소단백질 성분)으로, 식약처는 이를 바탕으로 품목 허가를 발급한 것이다.
한 의약 전문가는 “중성지방 대신 중성지방 시약리에전트(T2449)로 중성지방의 함량을 측정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며 ”중성지방을 물에 녹여 실험한다는 제약사의 어처구니없는 기시법을 식약청이 아무런 의심 없이 허가했다는게 더욱 믿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인식약청이 2017년 영진약품에 대한 특별약사감시 후에 발행한 주성분의 시험성적서가 ‘허위’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최근 유토마외용액2% 판매권자인 ㈜알앤에스바이오 측은 자비로 검증 실험을 진행했다.
주성분 품목허가증의 기시법에 따라 HPLC-ELSD(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증기화광산란검출기) 분석법을 통해 주성분의 품질을 다시 평가한 결과, 영진약품이 제출한 트리글리세라이드 표준품(T2449)은 HPLC-ELSD 분석법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증 결과에 따르면 경인식약청이 사용한 T2449는 지방가수분해 효소 단백질, 방부제 등 여러 성분이 혼합된 물질로, 트리글리세라이드를 정량하는 데 적합한 표준품이 아니었다. 판매사인 씨그마 알드리치사도 T2449가 HPLC-ELSD 분석에 적합하지 않다는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유토마외용액2% 주성분의 기시법에는 트리글리세라이드 표준품을 물과 무수 에탄올에 녹여서 분석시험을 실시하라고 기재돼 있다. 그러나 알앤에스바이오의 검증 실험에서는 T2449는 물과 무수에탄올의 혼합용매에 녹지 않아 HPLC-ELSD 분석실험에서 검출되는 피크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 결과를 토대로 해당 주성분에 함유된 트리글리세라이드 수치를 측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알앤에스바이오 측은 "경인식약청이 과학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실험을 수행하지도 않고 결과가 나온 것처럼 주성분 시험성적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며 "2017년 ‘유토마외용액 2%’ 주성분의 성적서를 '허위'로 발행한 점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제약업계와 식약처의 관리 및 감독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알앤에스바이오가 영진약품을 상대로 제기한 ‘유토마외용액 2%’ 계약 위반 손해배상청구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2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영진약품의 허위 성적서 제출과 관련된 손해를 인정하고, 알앤에스바이오에게 94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영진약품이 제조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허술한 식약처를 기망하여 품목허가를 받았을 개연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경기신문 = 양희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