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절벽에 서 있다는 심정으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강화 및 기업문화의 올바른 정립을 위해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주 회장의 권한을 줄이는 등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여러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임 회장은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기업은행 대상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주요 금융그룹 회장이 정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국감에서는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수시검사를 통해 우리은행에서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에 350억 원 대의 부당대출이 실행된 정황을 포착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금감원의 추가 검사를 통해 우리금융 내 다른 계열사에서도 부당 대출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증언대에 선 임 회장은 "부당대출 등으로 우리금융의 신뢰를 떨어뜨린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자신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인사 개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금감원장의 언급은 부당대출 사건을 계기로 기업문화를 바꾸고 내부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경영진의 각성,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했으며,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을 통해 탄생한 우리금융 내의 파벌문화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금융이 여러 은행이 합쳐지다보니 통합은행으로서의 성격으로 인해 일부 계파적인 문화가 잔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 과정에서 화학적 결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좋은 말씀"이라고 답했다.
손 전 회장이 막강한 권한을 기반으로 이른바 '황제경영'을 펼친 탓에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측면이 있다"고 수긍했다. 금융지주 회장의 인사권이 막강하다는 질의에 대해서는 "회장의 권한을 조절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룹의 개혁을 위해 자회사 임원 선임 관련 사전합의제를 폐지하고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리금융의 내부통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묻자 "그룹사 전(全) 임원의 동의를 받아 친인척의 신용정보를 등록시키겠다"며 "경영진에 대한 감독을 위해 윤리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고 그 직속으로 윤리경영실을 만들어 외부 전문가가 수장이 되는 감시·신고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여신심사 관리 프로세스를 개편하고 여신 감리조직을 격상시켜 부적정 여신에 대한 외부자 신고 채널을 강화하고, 전 계열사의 부적정 여신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제도나 시스템만으로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며 "끊임없는 교육과 점검, 공정한 신상필벌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에 대한 사고 보고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금융은 이번 사건이 굉장히 엄중하다고 생각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책임지고 감사했다"며 "1차 감사를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 내부 관계자들은 엄중 처벌했으며. 그러고도 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9월 2일부터 2차 감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월 금감원에서 검사를 파견했고, 필요한 서류와 요청한 자료들을 전부 주면서 성실히 협조했다"며 "결코 전임 회장을 비호하거나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지 않았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돌이켜 생각하면 좀 더 신속하게 금감원에 필요한 협조 등을 구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만약 또다시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거취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의에는 "책임질 일이 있으면 충분히 책임지겠다"고 힘주어 말하며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기업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전 직원이 가지고 있으며, 제도·시스템·문화 전 분야에 걸쳐 쇄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