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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 3분기 성적표 ③] 카드사, 허리띠 졸라매 실적 잡았지만 '산 너머 산' 

3분기 누적 순익 1.2조 원…4사 모두 수익 개선
업황 악화 속 비용 절감한 '불황형 흑자' 평가
카드론 등 대출 확대 효과도…건전성 우려↑
"본업으로 수익 못 내는 구조 변해야" 지적

 

금융지주 계열 4개 카드사(KB국민·신한·하나·우리)는 올해 들어 총 1조 20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두며 1년 전보다 평균 29.5%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늘어난 해외여행 수요에 발맞춘 트래블카드 판매와 연회비가 비교적 높은 프리미엄 카드로 우량 고객 유치에 집중하는 전략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러한 실적 증가세가 악화된 업황 속 비용 절감에서 비롯된 '불황형 흑자'인 데다 대출 성장에 기반했다는 점에서 마냥 웃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3분기 들어 연체율이 다소 개선됐음에도 1년 전에 비하면 여전히 높아 안심하기엔 이른 만큼, 건전성 제고를 위한 카드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나아가 본업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현재의 사업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각 사의 실적발표를 종합하면 4개 카드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한 1조 2475억 원이다. 3분기 순익은 총 4119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7.3% 늘었다.

 

이들은 일제히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이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올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17.8% 늘어난 5527억 원의 순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국민카드와 하나카드는 각각 36%, 44.7% 증가한 3704억 원, 1844억 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우리카드 역시 14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9.7% 성장했다.

 

해외여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트래블카드가 인기를 끌었고, 프리미엄 카드를 통해 우량 고객을 유치하고 연회비 수익을 높인 것이 보탬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집계한 국내외겸용 신규 신용카드의 평균 연회비는 1년 새 8만 3453원(2023년 상반기)에서 11만 3225원(올해 상반기)으로 35.7% 올랐다.

 

다만 카드사들의 이러한 실적 성장세가 악화된 업황 속에서 마케팅 비용 등 판관비(판매비·관리비)를 줄이면서 이뤄낸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카드사들이 고금리 시기 조달한 자금의 이자부담은 여전하다. 신한·삼성·KB국민카드의 3분기 이자비용은 1조 7545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5634억 원) 대비 12.2% 늘었다.

 

카드론 등 대출을 늘리고, 이에 따라 대출채권을 대거 매각한 것도 수익성 개선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4개 카드사의 9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총 21조 5881억 원으로 전년 동기(20조 8979억 원) 대비 3.3%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개 카드사는 대출채권을 팔아 올해 상반기 기준 1781억 원의 매매이익을 냈다. 

 

문제는 이러한 대출 확대가 당장의 수익성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카드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론은 은행권 대출이 불가능한 중저신용자들이 급전 마련을 위해 주로 찾는 만큼, 다른 상품에 비해 연체 위험이 높은 편이다. 이에 카드사들이 건전성 개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신한카드를 제외한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1년 전에 비해 악화된 상태다. 우리카드의 9월 말 기준 연체율은 1.78%로 전년 동기 대비 0.42%포인트(p) 올랐다. 하나카드와 국민카드의 연체율은 각각 1.82%, 1.29%로 같은 기간 0.16%p, 0.07%p 늘었다. 신한카드(1.33%)만 1년 전보다 연체율이 0.02%p 줄었다. 다만 3분기 들어 우리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개선됐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카드사들의 3분기 실적이 좋은 것은 내실경영과 비용 효율화, 그리고 대출 서비스 확대 때문"이라며 "향후 건전성 관리에 더 집중하지 않으면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로 인해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낼 수 없어 카드사들이 대출 등 본업 외의 사업에 집중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2년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도입되면서 카드사들은 3년마다 우대 가맹점의 수수료를 조정하고 있는데, 매번 수수료가 낮아지면서 수익 창출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전체 카드사의 수익 중 신용판매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0.54%에서 지난해 3.2%까지 떨어진 상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14일 열린 여신금융 정책세미나에서 “카드사는 적격비용 제도 때문에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고 대출부문의 이익을 통해 이를 보전하는 기형적 수익구조를 가졌다”며 “카드사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서는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성 제고가 선행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적격비용 제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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