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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파이어 시대] ‘바늘귀’보다 좁은 4050 재취업…‘연령 차별’ 이제는 달라져야

  • 주원
  • 등록 2024.11.05 06:00:00
  • 13면

 

중장년층이 장기간 재취업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창업으로 노선을 튼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인생 제2막을 이렇게 시작한 이들 중에는 다행히 과거보다 더 잘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흔하다. 회사 눈치 안 보고 모든 일을 소신껏 할 수 있는 창업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안정적인 월수입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중 주말할 것 없이 일해야 할 때가 많다. 일이 곧 삶이며 삶이 곧 일이 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웃픈’ 말도 있지 않은가.

 

중장년층이 자영업을 시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나이’ 때문에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다. 취업할 곳이 거의 없다보니 일할 곳을 스스로 마련할 수밖에 없고,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로 섣불리 창업을 했다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오랜기간 경력이 단절됐다가 재취업에 실패하거나, 동종업계 이직에 실패해 비자발적 백수가 된 사람 중 많은 이들이 창업 후 고생만 하다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필자는 요즘 SNS 플랫폼 ‘스레드’를 즐겨본다. 스레드에는 재취업과 창업 사이를 고민하거나 창업 후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근황을 공유하기도 한다. 가령, 경력단절없이 재취업을 시도하는 중인데 이력서를 100장 이상 뿌렸는데도 연락 한 통을 못 받았다거나, 어렵게 창업해서 작은 가게를 운영 중인데 손님이 한 명도 없다거나,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거나 하는 식이다. 10대 때 사춘기를 지나 20대 취업 관문을 통과하면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갈 줄 알았던 우리네 삶은 40~50대에 이르러 또 다시 성장통을 겪는 듯하다.

 

한 직장에서 커리어를 키우는 시대는 끝났다. 그렇다면 이직이라도 조금 수월해야 하는데 실상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이제 ‘정년 연장’을 논의한다고 한다. 물론 취지는 좋다. 하지만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상이 소수에 그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 먼저 머리를 스친다.

 

10여년 전 프랑스로 떠난 지인은 말했다. “한국은 왜 ‘나이’로 사람을 판단하는지 모르겠다”고. 프랑스는 40~50대에도 취업에 문제가 되지 않는데 한국은 ‘나이’를 먼저 본다며 이해할 수 없는 문화라고 꼬집었다.

 

미국에는 1967년 제정된 ‘연령차별금지법’이 있다. 고용주 등이 40세 이상 직원을 대할 때 연령을 이유로 차별을 하거나 해고할 수 없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우리나라 정년 제도는 그 자체로 말이 안 되며, 정년 연장 또한 비판받을 만한 일이 된다.

 

결국 ‘중장년 재취업’과 ‘정년’ 문제의 근본 원인은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나이’를 근거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 단지 문화적 차이라고 여기기엔 먹고사는 일과 연결되기 때문에 훨씬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하여 이제 좀더 솔직해졌으면 한다. 그래서 묻는다. 정년을 늘리려는 이유는 ‘나이는 많지만 아직 일을 하기에 에너지와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 아니겠냐고. 그렇다면 언제까지 고용 시장에서 ‘나이’로 사람을 평가할 것이냐고. 중장년 일자리를 굳이 따로 만들고 정년을 늘리는 것보다 ‘나이로 사람을 판단하는 문화’를 먼저 고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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