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한 고등학교에서 교실 내 폭행을 당하는 중 저항했다는 이유로 '쌍방' 학교폭력 처리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이후 2차 가해가 이어져 또 한 번의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학교 측의 안일한 대처와 보복성 '맞학폭' 신고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5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월 김포 'ㅈ' 고등학교에서 A군(17)이 쉬는 시간 교실 내 책상을 B군(17)에게 밀고 가슴, 얼굴 등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군에게 폭행을 당한 B군은 앞니가 흔들리고 출혈이 발생할 정도의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문제는 폭행 직전 두 학생의 짧은 언쟁이 있었던 점, B군이 A군에게 폭행을 당하며 저항하는 과정에서 얼굴을 손으로 밀고 발로 찬 점을 바탕으로 '쌍방 학교폭력' 처리가 됐다는 것이다. 심의 이후 처분이 내려졌지만 두 학생의 처분 결과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A군은 폭행이 발생한 다음 날 학교에 등교해 "엄마가 나 안 맞고 와서 잘했대"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A군은 사건 당시 주변에 있던 자신과 친한 친구들에게 '내가 맞는 걸 봤다고 진술하라'고 회유하는 등 '맞학폭' 신고를 위해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폭행으로 인해 코뼈 등 얼굴에 상해를 입고 정신적 충격을 받은 B군이 사건 다음 날 병원 진료로 인해 학교에 결석하자 A군도 바로 다음 날 병원에 가겠다며 결석한 것으로 알려지며 보복성 맞학폭 신고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심지어 1차 학교폭력위원회 심의 이후 재발방지와 사과, 반성을 약속한 A군 측은 B군을 형사고소하기도 했다.
현재 A군은 해당 사안이 학교폭력으로 접수된 이후에도 B군 주변에서 폭행 당시 상황을 암시하며 위협하거나 학교 계단에서 밀치는 등 지속적으로 2차 가해를 해 이달 6일 2차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이같은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한 가운데 학교 측의 안일한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폭행 발생 직후 두 학생을 분리하지 않고 그대로 수업을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B군이 이가 흔들리고 출혈이 발생한 상태임에도 보호자에게 연락하지 않고 종례 후까지 방치한 것이다.
B군의 보호자는 사건에 대해 학교 측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으며 학교 수업이 끝나도 하교하지 않는 B군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후 B군의 보호자가 교무실에 방문해 폭행 당한 상태로 사안조사서를 작성하고 있는 B군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려고 하자 학교 측은 '다른 학생이 아직 오지 않아 갈 수 없다'고 막아섰으며 보호자가 재차 강하게 요구하자 그제서야 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의 보호자는 "학교 측의 대처도 문제"라며 "사범을 준비하는 아이에게 코피가 나고 이가 흔들릴 정도로 맞아도 막지 말고 무조건 맞으라고 가르치는 게 맞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ㅈ' 고등학교는 "B군이 다친 것은 맞지만 쓰러질 정도로 위급하지 않다고 판단해 사안조사를 우선시한 것"이라며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심의 결과를 양측 다 받아들이고 처분이 끝난 것"이라면서도 A군 측이 형사고소를 진행한 것에 대해서는 "형사고소는 별개로 처리되기 때문에 학교는 전혀 모른다"고 일축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