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 A고등학교 펜싱부에서 코치의 학생 폭행과 학생 간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폭행 혐의를 받은 펜싱부 코치 B씨는 최근 사직했으나, 학생 선수들의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징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더욱이 이 학생들은 전국체전에 경기도 대표로 출전할 예정이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해당 학교장이 일부 학부모에게 "일이 커지면 펜싱부를 폐쇄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10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인근 학교와 연계해 운동부를 육성하고 있는 성남 A고등학교 펜싱부 코치 B씨는 야구방망이를 이용해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등의 혐의로 신고돼 지난 4일 사직 처리됐다.
뿐만 아니라 펜싱부 내에서도 학생들 간의 폭행이 벌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펜싱부 일부 학생들은 지난 3월부터 육각 드라이버, 야구 배트 등으로 후배를 구타하거나 뺨을 때리고 신체 부위를 꼬집는 등 지속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학생들은 폭행이 있었던 것을 인정하면서도 "잘못한 행동에 대해 주의를 줘도 개선되지 않아 훈련 차원에서 한 것"이었다며 일부는 장난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학생들이 오는 10월 11일부터 열리는 전국체전에 경기도 대표로 선발된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성남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학교폭력 심의위원회의 징계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10월 말로 예상돼 대회 전에 이들의 출전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다.
학교 측은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어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학교폭력 심의위원회 처분이 나오는 시기가 전국체전 개최 이후라는 사실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폭행 사실이 드러난 학생들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피해 학생들은 '새로운 코치가 아직 구해지지 않아 훈련이 어렵다'는 학교 측의 이유로 각종 대회 출전과 훈련을 모두 멈춘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 심의위원회의 의결이 있어야 징계 결과에 따라 출전 자격이 결정되지만 아직 심의위원회가 진행되지 않아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며 "현재로서 출전을 막을 방법은 학생 스스로 출전을 포기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도펜싱협회 관계자 역시 "교육청과 계속 논의하고 있지만 징계 결과 없이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며 "만약 지금 선발된 학생들이 징계 조치를 받는다면 협회에서도 빠르게 선수를 교체해야 하는데 처분이 없어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학교와 교육청의 의사가 없어 선수 교체가 미뤄질 경우 경기도 자체가 펜싱 종목에 출전하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A고등학교 학교장이 일부 학부모와의 면담 과정에서 "펜싱부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펜싱부를 폐쇄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폭력 사안이 커질 시 펜싱부를 없애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펜싱부 폐쇄'라는 말을 들으면 운동을 계속하고 싶은 피해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학교 측은 펜싱부 폐쇄는 교장의 단독 권한이 아니며, 절차에 따라 결정될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본지는 해당 발언을 확인하고자 A고등학교 학교장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학교장은 답변을 거부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