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내수기업의 매출액이 코로나19이 발생한 2020년 이후 전년 동기와 비교해 처음으로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기업의 경우, 1위 기업인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매출액 증가 폭이 크게 떨어지는 '착시효과'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법인 814곳의 경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내수기업의 매출액 증감율은 -1.9%로 2020년 이후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한경협은 한국은행의 기준을 준용해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을 수출기업, 50% 미만인 기업을 내수기업으로 분류했다.
올해 상반기 814개 기업 전체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 다만 이런 증가세는 수출기업(194개 사) 매출액이 13.6%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나머지 내수기업(620개 사)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9% 감소했다. 2020년(-4.2%) 이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4년 만이다.
매출액이 줄어든 내수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지주회사(-17.6%), 도소매업(-6.5%),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5.5%), 제조업(-1.1%) 등의 순으로 감소율이 높았다. 한경협은 “지주회사의 매출 감소는 자회사 실적 부진에 따른 배당 축소, 도소매업의 감소는 소비 부진의 영향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수출기업 매출은 전년 대비 13.6% 반등했으나 가장 규모가 큰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산정하면 5.9% 증가에 그쳤다. 수출기업 매출 증가세는 지난해 매출액 감소(-7.3%)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측면도 있다고 한경협은 분석했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인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 비용이 늘어 올해 상반기 전체 기업 가운데 영업 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갚지 못하는 취약 기업 비중이 44.7%를 기록해 202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취약기업 비중은 2020년 36.6%, 2021년 33.8%, 2022년 36.6%, 지난해 42.8%였다.
기업 투자는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8.3%)하며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이 위축될 우려가 커졌다. 기업 투자 증가율은 코로나발 경제 위기를 맞은 2020년에도 플러스(16.9%)를 기록한 바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위축과 반도체 등 주력업종 하락 사이클 진입 등으로 지금의 수출 실적이 정점이 아니냐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며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유연한 통화정책, 투자지원 확대, 규제 완화 등 전방위적인 경제살리기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