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다음 정부에서 관철하겠다’며 사실상 대선출마를 선언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제’와 ‘공정’을 키워드로 대권잠룡으로서의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관련기사: 경기신문 2024.09.01 김대중‧노무현 이어 김동연?…金 “다음 정부에서 꼭”)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명운에 따라 입지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하는 동시에 차기 대권주자 경쟁자들을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이 대표의 1심 선고 전에 윤 대통령의 하야를 거론해 ‘정치적 기회주의’를 탈피했고, 여야 대권잠룡 중 처음으로 탄핵보다 가능성이 높은 해법을 내놨다는 평가도 나온다.
14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 지사는 전날 정치현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특검을 수용해 국정을 대전환하는 길, 물러나는 길 두 가지뿐”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경제’, ‘민주주의’ 2개 키워드로 윤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현재 대한민국 위기 원인을 ‘대통령의 무능과 가족 문제로 리더십이 흔들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지사의 발언을 뜯어보면 표면상 민주당이 제시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로 보이지만 지금껏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남발해 온 윤 대통령의 행보를 더욱 부각시킨 셈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24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실상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내려오는 ‘하야’를 주장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동시에 다른 경쟁자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지사는 하야 근거로 ‘경제‧민주주의’ 지수 악화를 강조하며 현재 상황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후 상황에 빗대 “기시감이 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국민적 공분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이 하야하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 무너진 경제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김 지사의 발언에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적극 주장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야당 대권주자들과 결을 달리하며 견제하는 모습도 보인다.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구축해 온 김 지사는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저는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헌정질서가 무너진 뒤 새로 들어선 정부의 경제부총리였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조기종식 이후 불안한 경제를 바로잡는 데 자신이 큰 역할을 했다고 존재감을 부각한 것이다.
김 지사는 취임 이후 이 대표의 대표정책인 ‘기본소득’을 계속 손질했고, 민생지원금 25만 원 지급 주장에 대해서는 “13조 원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라고 지적해 왔다.
앞서 지난 대선후보 시절에는 경쟁 후보였던 이 대표의 전 국민 방역지원금 지급 주장에 대해 “재정의 1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혹평한 바 있다.
‘공정’, ‘가족 문제’ 등을 거론한 것 역시 다른 후보들과 차별된다는 것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배우자 김혜경 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조 대표는 배우자 정경심 전 교수의 입시비리 판결 등 ‘배우자 리스크’를 안고 있다. 그러나 김 지사는 가족 문제에 있어서는 불거진 것이 없다.
김 지사의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은 여러 대권주자 가운데 최초로 ‘하야’를 거론했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만약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결과가 나온 뒤 이 같은 기자회견을 했다면 김동연 지사는 이 대표의 대선출마가 물 건너가길 기다리고 있던 비겁한 이미지가 씌워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의 탄핵 주장은 현 정권을 조기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인 반면 단체장으로서 하야를 거론한 것은 김 지사의 최대 의지 표명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확대 해석은 자제해야 하지만 가족 문제를 거론하며 여러 정치인을 견제하는 효과를 누린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라면서 “무엇보다 탄핵보다 하야가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