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는 희망적인 일보다 비관적인 일이 가득하다. 주식폭락, 정치부패, 지방소멸, 학교폭력, 고독사 등등. 사회가 방향을 잃은 듯하다. 부모 자식 지간도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로 노인들이 자신의 전 재산을 자식에게 한 푼도 주지 않고 전부 쓰고 가겠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난무하다. 자식에게 더 이상 기댈게 없다는 비관론이다. 이런 삭막한 분위기와는 달리 프랑스에서는 전 재산을 지역 사회에 기증하고 떠나는 노인들이 많다.
올 초 프랑스 남부에 있는 바르(Var) 지역에서 95세의 한 노인이 세상을 뜨면서 지역 당국에 250만 유로(한화 약 40억 원)를 유증하고 돌아가셨다. 마르슬렝 아르튀르 샤익이라는 이 남성은 자신의 유산으로 노인들을 위한 데이케이 센터를 설립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시 의회는 고인의 유언과 유산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였다.
약 3,00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이 지역의 단체장인 카미유 부제(Camille Bouge)는 이 금액이 “앞으로 몇 년 동안 놀라운 투자 및 운영 능력”을 키워갈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부제 시장은 “약 100평방미터의 새 부지를 찾아 노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친절하고, 따뜻하고, 친근한 공간을 만들고 세 명의 직원을 새로 고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 주민들도 나서서 환영의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이 공사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2026년 이전에 개소할 방침이다.
또 다른 미담은 2022년 12월 100세의 노인 로메인 칼레스가 남긴 유언장이다. 칼레스는 자신이 살던 지자체인 알프 마리팀의 로크포르레팽(Roquefort les pins)을 유산 상속자로 지정하고 생을 마감했다. 이 지자체는 약 800만 유로(117억 원)를 고인으로부터 받았다. 이는 신의 큰 선물로 지자체의 연간 운영 예산 전체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로크포르레팽은 이 기부금으로 새로운 학교를 지을 계획이다.
한 시의원은 “우리는 공동체의 중기적 필요를 충족시킬 학교를 지을 땅을 찾고 있었어요. 로메인 칼레스의 집 근처에 새 학교를 지을 미개발 부지를 발견했지 뭐예요. 이는 하늘의 계시인 것 같아요”라며 감사해 했다. 칼레스의 유산은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모든 예술을 위한 문화센터로 탈바꿈시키는 데도 사용될 예정이다.
프랑스 중부에 위치한 셰르 지방의 작은 마을 생트 솔랑주(Sainte Solange) 역시 비슷한 미담을 갖고 있다. 지난해 7월 6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간 한 여성으로부터 놀라운 선물을 받았다. 그녀는 사망하면서 100만 유로(약 15억 원)와 20헥타르의 농장이 있는 자신의 집을 기증했다.
이 지자체의 시장인 기슬렌 드 방기는 고인이 돌아가신지 몇 개월이 지난 11월에야 정확한 유증 금액을 알게 되었다.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처음에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 정도인지도 몰랐어요”라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기증액은 1,100명의 주민이 사는 생트 솔랑주의 연간 예산과 맞먹는 액수이기에 지역 의회는 매우 기뻐하고 있다. 고인은 기부금 사용처에 대해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았다. 따라서 생트 솔랑주는 우선 기부금 중 일부를 번개에 맞은 성당의 종탑 보수 공사에 사용하기로 했다. 남은 금액 중 일부는 예배당 지붕의 손상된 부분을 수리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방기 시장은 “기부금은 매우 신중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세편의 미담은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준다. 필자는 세 명의 기증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너무나 고맙게 느껴진다. ‘한평생 잘 살다가니 남은 것은 후세의 몫이다’라는 철학의 소유자들 같아서 말이다. 나도 이런 결말을 내고 가야할텐데... 솔직히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