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이다.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말은 해마다 있었지만, 올해는 특히나 더 삭막하게 느껴진다. 최근 롯데 부도설과 삼성 위기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대한민국 경제 위기론과 각종 소식은 이같은 우려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를 관통하는 소득과 고용 불안의 현실이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듯하다.
지난 1일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이 40대인 가구의 사업소득은 3분기 107만4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1%인 16만2000원 감소했다. 이는 2006년 통계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치다. 소득액수로 따져봐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의 105만1000원 수준과 맞먹는다. 40대의 가계소득 대비 부채비율 또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올해 1분기 국내 가계소득 대비 부채비율(LTI) 자료에 따르면, 40대의 LTI는 253.7%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대출 잔액 합계가 연간 소득의 2.5배를 넘었다는 의미다.
40대는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 축이다. 사람 몸으로 따지면 허리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러한 40대의 소득과 부채 규모가 팬데믹 수준으로까지 내몰렸다면 말 그대로 비상상황인 것이다. 이로 인해 내수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이 전해지고 있음은 불보듯 뻔하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의 약 절반이 내년에 긴축 경영에 나서겠다고 전해 근심을 키우고 있다. 지난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인 이상 239개사의 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기업 경영전망’에 따르면, 내년 경영 계획을 수립한 기업의 49.7%는 긴축 경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상 유지를 하겠다’는 답변보다 무려 21%p나 높은 응답이다. 긴축 경영의 이유(복수 응답 가능)로는 66.9%가 ‘내수 부진’, 64%가 ‘인건비 부담 가중’ 등이 꼽혔다. 특히 ‘긴축 경영을 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대기업이 전체 평균보다 10%p 이상 높은 61%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응답한 구체적인 긴축 경영 방안을 들여다보면, 역시나 경제 주축인 40대의 고전이 예측된다. 기업들의 66.7%는 ‘원가 절감’을, 52.6%는 ‘구조조정 등을 통한 인력 운용 합리화’라고 응답했다. 결국 기업의 절반은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2%, 내년 잠재 성장률이 2.0%에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월에 예측했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2.5%, 2.2%에서 한층 더 낮아진 수치다. IMF는 한국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강력한 경제 정책으로 회복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한국 경제는 일시적 경기부진이 아닌 장기불황의 가능성마저 내비치며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리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요즘, 모두가 행복해야 할 연말임에도 현실은 요연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봄이면 새싹이 고개를 들 듯, 우리의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본다. 내년에는 부디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 직장인들의 압박감, 취업 준비생들의 절망이 조금이나마 잦아들길. 이제 막 겨울에 들어선 지금, 왠지 모르게 봄을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