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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윤석열 대통령 예고 없던 '비상계엄령' 시민들 "책임지고 사퇴하라"

3일 밤 대통령 비상계엄령 선포 시민들 국회 모여
경찰·군 대치에도 '대통령 물러나라' 쓴소리 이어가

 

"21세기에 무슨 계엄령이냐! 윤석열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4일 오전 12시쯤, 서울 국회의사당 앞 인도와 도로에는 성난 시민 수천 명이 무더기로 모이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자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이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국회의사당을 둘러싼 경찰 및 군 병력과 대치하면서 터질듯한 긴장감이 고조됐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시민들은 굴하지 않고 저마다 급조한 피켓을 들고 정권을 향해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특히 민주노총 등 노조 및 시민단체들은 국회의사당 정문에 무대를 마련하고 시민들의 자유발언을 유도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이 내건 깃발 아래에서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표출하며 '대통령은 물러나라', '책임지고 사퇴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후 오전 1시, 국회가 본회의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이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뒤이어 경찰과 군 병력이 하나둘 철수를 시작하자 마치 축제 분위기를 연상시키듯 춤을 추거나 박수를 치는 시민들도 많았다.

 

하지만 시민들은 정권을 향한 분노를 쉽게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실제 오전 2시 16분쯤 국회의사당 인근에 배치됐던 군용차량 2대가 현장을 빠져나가려 하자 시민들은 차량을 둘러싸고 창문을 두드리며 비판을 퍼부었다. 한 시민은 차량 창문에 '국정농단 진상규명!'이 적힌 피켓을 부착하기도 했다.

 

국회의사당 앞으로 나선 대학생 A씨는 "국가와 국민을 마치 장난감처럼 쥐락펴락 마음대로 다루는 모습에 화가 나 거리로 나왔다"며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지면서 서민들의 등골은 휘고 있는데 윤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40대 시민 B씨는 "대통령이 아무래도 영화 '서울의 봄'을 지나치게 재밌게 봤나 보다"며 "경찰과 군 병력을 낭비시키고 국민을 우롱한 책임을 져야 할 텐데 무슨 생각으로 계엄령을 선포했는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이어 오전 4시 40분쯤 윤 대통령이 결국 계엄령을 해제하자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이겼다'를 외치며 기쁨을 표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체포하라', '탄핵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계엄령 선포로 유혈사태 등을 우려했으나 아무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안도하기도 했다.

 

시민 50대 C씨는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고 포고령이 발표되면서 과거 민주주의 혁명처럼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까 걱정했다"며 "다행히 큰 충돌이 발생하기 전 계엄령이 해제돼 편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갈 수 있겠다"고 말했다.

 

자유발언을 한 대학생 D씨는 "비록 경찰이 통제하고 있지만 곧 상황이 정리되면 다시 국회에 발을 들일 수 있을 것이며, 입법부를 직접 지켰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며 "비록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우연히 마주쳐도 누구인지 기억 못 하겠지만, 이 자리에서 있었다는 사실을 역사가 기억하고 국민이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의사당에서는 일부 극우 유튜버가 시민들을 향해 '빨갱이들'이라 소리쳐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해당 발언을 한 유튜버를 둘러싸고 "대통령이 뭘 잘했다고 옹호하나"고 피력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국회의사당에 모인 시민은 약 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계엄령 선포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다.

 

대한민국 헌법 77조는 대통령이 전시, 사변 혹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공공의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계엄이 선포되면 관련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영장제도나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한 특별 조치도 내려질 수 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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